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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수저’ 키워낸 교육사다리

작성자 : man-ds / 날짜 : 2016.03.15

삼성, 중학생에 과외봉사 ‘드림클래스’ 4년만에 첫 대학생-직장인 배출

‘꿈수저’ 키워낸 교육사다리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는 없다는 ‘흙수저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연들도 적지 않다. “받은 만큼 꼭 갚겠다”는 스무 살 동갑내기 삼성 ‘드림클래스’ 1기 출신 두 사람의 얘기도 그렇다.

드림클래스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교육을 받기 힘든 중학생에게 ‘교육 사다리’를 놔줘 교육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삼성그룹이 2012년 3월부터 시작한 사회공헌사업이다. 대상 중학생들에게 대학생 강사들이 방과 후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주고 삼성이 장학금을 지원한다. 올해로 4주년을 맞는 드림클래스는 4년 전 중학교 3학년이었던 1기생들을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성장시키는 첫 성과를 냈다.

2012년 서울 당곡중 3학년 시절 1년 동안 드림클래스에 참여했던 박미희 씨(19·여)는 명덕외고 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올해 3월 서강대 중국문화학과에 입학했다.

박 씨는 어머니가 중국 동포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맞벌이하는 부모님과 네 살 때 떨어져 초등학교까지 중국 선양(瀋陽) 외갓집에서 지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땐 우리말도 서툴러서 특목고 진학은 생각조차 못 했다. 박 씨는 “드림클래스에서 서울대생 선생님을 만나고 롤모델이란 게 처음 생겼다”며 “그때부터 조금씩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만만치 않은 외고 학비는 드림클래스 출신에게 주어지는 ‘꿈장학금’으로 부담을 덜었다. 박 씨는 장학금을 받기까지의 치열했던 과정도 결과적으로 대학 입시에 큰 도움이 됐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자기계발 장학금을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서를 쓰고 재단 관계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경험이 대학 입시 때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것과 비슷했다고 했다. 박 씨의 롤모델이었던 강사 김은영 씨(25·여)는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입사했다. 이들은 얼마 전 사제 간 ‘겹경사’를 축하하기 위한 조촐한 잔치를 벌였다.

박 씨가 서울에서 꿈을 키우던 2012년 3월 경남 창원시 남산중에선 김한결 씨(19)가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 부모의 이혼으로 잠시 방황도 했다는 김 씨는 일찍 철이 들었다. “여동생 공부는 내 돈으로 시키겠다”는 야무진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영어와 수학 같은 기초과목은 성적이 쉽게 오르질 않았다.

김 씨는 “국가 생활보조금으로 사는 형편이어서 과외나 학원 같은 사교육은 꿈도 못 꿨다”며 “드림클래스를 통해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운 게 가장 좋았다”고 밝혔다. 6개월 만에 하위권이었던 성적을 전교 39등까지 올린 김 씨는 마이스터고인 경남 거제공고에 입학해 지난해 7월 삼성전자 부품(DS)부문에 입사했다. 그는 이달 초부터 삼성전자 기흥·화성 사업장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드림클래스와의 인연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박 씨는 올해 드림클래스 대학생 강사 모집에 지원하기로 했다. 김 씨는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여동생에게 드림클래스 참여를 적극 제안할 계획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출처 : http://economy.donga.com/3/all/20160315/7699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