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다시 꿈꿔요”

작성자 : amalas / 날짜 : 2014.12.26

7년 ‘알바’서 해방된 손보람씨, 워킹맘 신혜진씨도 육아-일 병행




24일 오전 롯데백화점 서울 미아점에서 시간선택제 근로를 하고 있는 손보람 씨가 고객을 안내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시간제 일자리로 안정도 찾고 꿈도 이룰 수 있게 됐어요.”


손보람 씨(32)의 옛 직업은 ‘알바생’이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고교 졸업 후 대형마트 계약직(상담 분야)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 이렇게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6개월씩 근로계약을 연장하면서 무려 7년이나 계속됐다. 손 씨의 꿈은 작가가 되는 것. 글을 너무 쓰고 싶어 2010년 알바를 그만뒀지만 모아둔 돈은 금세 바닥났고, 작가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다시 알바를 시작했다. 콜센터, 서비스센터 등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예전 생활로 돌아갔다.


절망에 빠진 손 씨에게 희망을 준 것은 정부가 올해 초 주최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였다. 아르바이트나 구해볼까 하고 갔다가 롯데백화점(서울 미아점) 시간제 근로자로 채용된 것. 하루 5시간 근무에 주말은 무조건 쉴 수 있었고,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으면서 해고 걱정도 없었다. 남는 시간에는 자기계발을 할 수 있었다.


요즘 손 씨는 오전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글 연습을 하고 출근한다. 오후 6시까지 일하고 퇴근한 뒤에는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챙긴다. 안정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서 직업에 대한 자존감도 높아졌다. 아르바이트로 일할 때는 감정노동에 따른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지금은 자신이 엄연한 ‘경력자’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없어졌다. 손 씨는 “아르바이트로 일할 때는 업무도 주도적으로 하지 못했고, 따라서 업무효율도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제는 내 일, 내 직업이라는 생각이 강해 일하는 기쁨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손 씨와 같은 청년뿐만 아니라 출산과 육아로 경력 단절 위기에 놓인 여성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도 본인 사정에 따라 전일제와 시간제를 자유롭게 오가는 ‘전환형 일자리’가 여성 고용률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각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미즈메디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신혜진 씨(33)도 전환형 일자리를 통해 육아 고민을 해결한 사례다. 2004년부터 전일제로 일해 왔던 신 씨는 올해 3월부터 시간선택제 일자리(하루 4시간 근무)로 전환했다. 딸 둘을 키우면서 일을 하기가 너무 벅차 퇴사까지 고민했지만 병원 측의 배려로 경력 단절 우려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신 씨는 “전일제로 일할 때는 항상 바쁘고 시간에 쫓겨서 아이들에게 신경질도 많이 냈다”며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