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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 Up]어쭈, 구리!… 전선에만 쓰이는줄 알았는데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3.04.16

<P>기사입력 <SPAN class=date>2013-04-12 03:00:00</SPAN> 기사수정 <SPAN class=date2>2013-04-12 10:24:32</SPAN></P>
<P><SPAN class=date2></SPAN><STRONG>병원에선 박테리아 막아주고… 양식장에선 물고기 보호까지 <BR>원자재 시장의 경기변동 예측 박사 ‘닥터 코퍼(Dr. Copper)’의 영토 확장<BR><BR></P></STRONG>
<DIV class=articlePhotoC><STRONG><IMG src="http://dimg.donga.com/wps/NEWS/IMAGE/2013/04/11/54378023.1.jpg" width=450 height=1022></STRONG><SPAN style="WIDTH: 430px" class=t>전선(맨 위쪽)이나 파이프 등 산업용 소재로 쓰였던 구리가 최근 병균으로 인한 감염을 막는 ‘항균성’을 무기로 병원의 의료용 기기(가운데)와 양식장 어망(아래쪽)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제구리협회(ICA) 제공</SPAN>
<P>&nbsp;</P></DIV>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 청정해역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인성수산 홍석남 사장은 늘 남해의 극성맞은 부착 생물로 골치가 아팠다. 양식장 나일론 어망에 새까맣게 달라붙은 해조류는 자식만큼 귀한 고기에게 병을 옮겨 폐사시키는 일이 잦았다. 직원들이 수시로 그물을 걷어 부착생물을 제거하는 것도 큰 힘이 드는 일이었다. 어쩌다 태풍이라도 오면 높은 파도가 그물 사이로 빠져나가지 못해 어장이 휘청거리는 일도 있었다. 2011년 초 홍 사장의 고민을 해결해 줄 사람이 찾아왔다. <BR><BR><BR><B>○ 어촌으로 간 ‘닥터 코퍼’</B><BR><BR>국내에서 생산되는 구리는 대부분 전선이나 전자 소재 등 산업용으로만 사용된다. 그러나 구리 자체에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번식을 억제하는 항균(抗菌) 성질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일본 등에서는 병원과 도서관, 공항 등 공공시설에 구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BR><BR>구리는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이 경기 변동을 잘 예측한다고 해 경제학 박사라는 의미의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닥터 코퍼’는 항균성을 무기로 사용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BR><BR>홍 사장을 찾아온 사람은 국제구리협회(ICA) 이현우 한국지사장이었다. 이 지시장은 나일론 어망을 구리 어망으로 바꿔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구리 어망을 사용하면 골칫거리인 부착 생물이 달라붙지 않을 것이라는 믿기 어려운 말도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구리 어망을 쓰는 곳이 없지만 호주와 칠레, 일본의 어촌에서는 상용화돼 있다는 것이었다. <BR><BR>홍 사장은 반신반의했다. 바다에 무게가 8t이나 되는 구리 어망을 넣어놓았다가 폭풍이라도 오면 어망이 바다에 가라앉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들었다. 참돔이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을 정도로 자라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년 6개월. 자칫 어장이 잘못되면 한순간에 수십억 원을 날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홍 사장은 모험을 감행해보기로 했다. 동 제련업체 LS니꼬동제련과 황동제품 제조업체 대창과 손잡고 2011년 10월 지름 25m, 높이 12m, 무게 8.5t에 이르는 대형 구리 양식어망 설치에 돌입했다. <BR><BR>“지난해 7월부터 참돔 치어 5만 마리를 넣고 관찰해 봤는데 나일론 어망보다 나은 점이 많더군요. 부착생물이 안 달라붙어 고기의 폐사율이 줄어들고 성장이 오히려 촉진됐어요.”<BR><BR>병에 걸리는 고기가 없어 항생제를 쓸 일이 없었고 무엇보다 어망 사이사이로 물이 잘 흘러 태풍에도 끄떡없었다. 나일론 어망보다 2, 3배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단점이지만 나일론 어망의 교체 주기가 6개월인 반면 구리 어망은 최장 8년까지 끄떡없이 사용할 수 있다. 홍 사장은 7월에 구리 어망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BR><BR><BR><B>○ ‘항균 동(銅)’ 시장 꿈틀</B><BR><BR>국내에서는 최근 어촌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구리의 항균성을 활용한 제품의 상업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구리 합금인 놋쇠로 만든 전통 유기처럼 최근 국내 음식점 토시래는 올해 초 식당에 향균 동으로 만든 그릇과 테이블을 들여놓았다. 손님들이 손과 입이 직접 닿는 식기의 위생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다. <BR><BR>LS니꼬동제련은 2010년 서울아산병원과 손잡고 임상실험을 시작했다. 병원의 특정 구역 문 손잡이와 링거 스탠드, 수도꼭지, 침대 손잡이 등 환자들이 직접 접촉하는 병원 기자재의 소재를 기존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에서 구리로 교체하고 세균과 박테리아 개체수를 조사해 항균 효과를 비교하는 실험이었다. 병원 내 2차 감염 예방이 중요한 만큼 살균 기능이 있는 구리를 이용하면 2차 감염을 막거나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 <BR><BR>6개월 동안의 실험 결과 구리 제품에서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줄어든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러한 병원용 구리 제품들은 국제의료기기 병원 설비 전시회에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 지사장은 “미국 내 종합병원 3곳이 구리의 항균성을 실험한 결과 구리가 병원 내 감염을 40%까지 줄인다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BR><BR>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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