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기고/박영범]노동시장, 학벌에서 능력 중심으로

작성자 : admin / 날짜 :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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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데, 4명 중 1명은 빚이 있다. 빈곤의 늪에 빠진 청년을 일컫는 ‘스튜던트 푸어(Student Poor)’는 34만 명 이상이다. 이들은 노동시장 진입이 늦을 뿐만 아니라 취업을 해도 빚 갚기에 급급하여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청년 구직자들은 취업의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고 하소연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극심한 인력난으로 현재 60만여 명인 외국인노동자를 더 들여올 것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학벌 중심에서 능력 중심의 열린 노동시장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청년 취업난과 중소기업 인력난의 악순환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능력중심사회 구현과 평생학습체제 구축을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근원적으로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아나톨 칼레츠키는 ‘교육·훈련을 통한 소득 선분배’를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능력중심사회를 만드는 핵심 기제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다. NCS는 인적자원을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따라 평가하는 기준이다. NCS는 학력을 대신하여 노동시장에서 인적자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정부는 올해까지 900여 개의 NCS 개발을 완료하고 단계적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 교육현장에 NCS를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있다. 


노동시장에서의 훈련도 NCS를 기반으로 바뀌어야 한다. 일-학습병행제도 기업 현장과 동떨어진 공급자 위주 교육훈련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다. 기업에서는 미리 뽑은 인력을 현장훈련을 통해 핵심 인재로 키울 수 있고, 근로자들은 일터에서 일하고 배우면서 지속적인 경력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제도들이 제대로 정착된다면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일찍 진입하고 배움을 통해 학위와 자격을 취득하며 보수나 승진에서 제대로 대우받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9월 ‘직업능력의 달’이 올해로 열여덟 번째를 맞았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민들에게 직업능력 개발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특히 능력중심사회를 만들기 위한 NCS와 일-학습병행제의 우수사례와 독일, 스위스의 성과를 공유하는 행사는 더욱 의미가 클 것이다.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능력중심사회가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범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출처: http://news.donga.com/3/all/20140918/664784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