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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컨테이너 부두 ‘기적의 공사’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4.09

[건설 한류 50년의 주역들]현대건설, 쿠웨이트 국책사업



지름 2.6m, 높이 55m의 대형 쇠기둥을 1.7km 길이로 박아 기초를 만든 뒤 시공한 쿠웨이트 부비안 항만 1단계 공사 현장. 현대건설은 예정보다 1개월 빠른 올 2월 현장 공사를 마무리했다. 현대건설 제공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 북쪽으로 250km. 이라크 접경지역의 부비안 섬에 도착하면 북쪽 해안가를 따라 세워진 거대한 쇠기둥이 시선을 압도한다. 선박을 안전하게 댈 수 있도록 만든 컨테이너 부두의 일부로 지름 2.6m짜리 쇠기둥이 무려 1700m나 늘어선 것이다.


현대건설은 2010년 7월 부비안 섬에 25만 TEU급(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4척을 동시에 댈 수 있는 컨테이너 부두 및 배후단지용 땅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발주처인 쿠웨이트 공공사업부는 여의도 면적의 60%에 달하는 배후단지 조성까지 포함된 이 대형 국책사업을 3년 반 만에 완성해 달라는 다소 무리한 주문을 했다.


2011년 4월 공사를 시작한 현대건설은 이 일정을 예정보다 1개월 앞당긴 올 2월 완성했다. 현장소장인 김태흥 현대건설 상무는 “세계 유수 업체도 5년은 걸릴 작업을 현대가 3년 5개월 만에 완공해 당초 예상보다 수익을 많이 남기게 됐다”며 “더구나 무사고로 작업을 마무리하게 돼 감개무량하다”라고 말했다.


○ 무인도를 개척하다


현대건설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공사기간을 단축하려고 들인 노력은 눈물겹다. 주야 교대로 하루 24시간 공사를 진행했고, 2주에 하루만 쉬어 주당 근무일이 6.5일이나 됐다. 이라크 접경지역에 위치해 예전부터 영토분쟁이 잦았던 부비안 섬은 지금껏 사람의 발길이 뜸한 무인도였다. 현대건설 덕분에 무인도가 유인도로 변신할 수 있게 됐다.


이 섬의 지반은 퇴적층이라 시설물을 설치하기 힘들었다. 하물며 수백 개의 쇠기둥을 그냥 박았다면 곧바로 가라앉거나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던 상황. 김 상무는 “구조물이 앞으로 50년간 1cm 이상 침하되지 않게 시공하라는 발주처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 수시로 지반 침하 평가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지반이 약한 섬을 부두 배후단지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침하시킨 뒤 그 위를 메우는 작업을 해야 했다. 이를 위해 다량의 흙을 공수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188만 m²에 달하는 광활한 땅을 메우기 위해서는 덤프트럭(대당 20m³ 분량) 100만 대 분량의 흙이 필요했다. 빠른 공사 진척에 쿠웨이트 정부의 만족도는 높았다. 현대건설은 부비안 섬 입구에서 항만을 잇는 도로공사 건설도 추가로 수주했다.


○ 목숨 걸고 지킨 현장


한낮 50도를 넘나드는 기온과 함께 현지 직원들을 떨게 만든 것은 테러 위협이었다. 이라크 무장단체가 “공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무력저지하겠다”는 성명을 낸 적도 있었다. 부비안 항만공사가 완공되면 이라크의 해상 운송로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11억7000만 달러(약 1조2303억 원)인 이번 1단계 공사에 이어 쿠웨이트 정부는 2023년까지 총 204억 달러(약 21조4500억 원)를 투입해 24개의 부두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앞으로의 수주전에서 현대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며 “앞으로도 현대는 ‘건설 한류’의 위상을 떨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