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情으로 감정적 유대감… 수시 人事로 긴장 유지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4.10

안팎에서 말하는 ‘정몽구 리더십’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앞줄 왼쪽)이 지난달 5일(현지 시간) 슬로바키아에 있는 기아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자동차 품질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11년 현대자동차에 경영 조언을 해줬던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상치 못한 배려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난 뒤 현대차가 준비해둔 차에 탔을 때 한 임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정 교수가 안전벨트를 맸는지 꼭 체크하라는 정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정 교수에게 ‘정몽구 리더십’에 관한 질문을 하자 이 에피소드부터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의 리더십을 ‘관계 지향적 리더십’으로 정의했다. 그는 “현대차 임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정 회장이 정(情)을 기반으로 임직원들과 감정적인 유대감을 강하게 맺은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아끼는 참모가 상을 당하면 두 번씩 문상을 간다. 임직원 경조사 때는 ‘0이 하나 더 붙은’ 봉투를 남긴다.


달변과는 거리가 먼 정 회장의 소통 방식이 오히려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한다는 분석도 있다. 군더더기 없이 본질만 간단히 얘기하는 표현 방식 덕분에 임직원들이 업무 방향성을 설정할 때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현대차 사외이사인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 회장은 평소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가 하는 발언은 방향성이 확고해 누구든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이 ‘직관적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가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1999년 미국에서 시행한 ‘10년, 10만 마일 무상보증’ 제도는 사실 회사 내부에서도 큰 반대가 있었다”며 “정 회장이 자신의 직관적 판단을 믿고 밀어붙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를 통한 부품 모듈화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나 한보철강 인수 후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를 밀고 나간 것 역시 정 회장의 직관적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때를 가리지 않는 ‘수시 인사’도 정 회장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이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권문식 현대차 사장(연구개발본부장)이 있다. 지난해 11월 싼타페 누수 등 품질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권 사장은 3개월 만인 올해 2월 복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책임을 물을 때는 지체 없이 묻고, 보상 역시 그때그때 하다 보니 체계적이지 않은 인사로 보일뿐”이라며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수시 인사 때문에 현대차그룹 임원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경영 측면에서 본다면 비효율적인 인사 방식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수시 인사가 현직 임원은 물론이고 전직 임원들까지 로열티를 유지하게 하는 숨은 비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