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SK그룹 채용 오디션 ‘바이킹 챌린지’ 현장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4.11

아이언맨 가면쓰고 막춤… “영업엔 제가 딱”
참가자들 독특한 이력-끼 발산… 8개 방에서 15분씩 심층면접
2014년은 업무연관성 질문 늘려




10일 서울 충정로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K그룹의 오디션 채용 전형 ‘바이킹 챌린지’에는 인도 출신 지원자도 도전했다(위쪽 사진). 한 여성 지원자가 직접 만든 파워포인트 영상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SK브로드밴드 입사지원자 A 씨가 종이봉투에서 아이언맨 가면과 토끼 머리띠 등 소품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아이언맨 가면을 쓴 그는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클럽음악을 배경 삼아 심사위원 두 명 앞에서 한바탕 막춤을 췄다. 어색하게 팔짱을 끼고 있던 심사위원들도 아이언맨처럼 손바닥에서 빛을 쏘는 A 씨의 모습에 이내 웃음이 터졌다. 》

가면을 벗은 A 씨는 숨을 헐떡이며 “취업하기 전 레크리에이션 사업을 하며 강사로 일했습니다. 춤이 제 주요 역량은 아니고요, 업체를 운영하면서 배운 고객 관리법이나 영업능력을 소개하기에 앞서 강렬한 각인 효과를 위해 춤을 좀 췄습니다”라고 말했다.

10일 서울 충정로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K그룹의 ‘바이킹 챌린지’ 채용 오디션에서는 ‘끼’를 보여주려는 지원자들과 그 안에서 진짜 잠재력을 찾아내려는 심사위원들 간의 한판 대결이 벌어졌다.

바이킹 챌린지는 SK가 스펙을 초월한 열린 채용을 하겠다며 지난해 처음 시도한 오디션 형태의 채용 실험이다. 면접관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이름과 나이, 졸업연도(학교명은 제외)뿐. 최소한의 정보와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개성과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 오디션 통과의 관건이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이 경쟁하듯 색다른 채용 시도를 했다가 기대만큼 큰 성과를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SK는 올해도 이 실험을 이어가기로 했다. 올해는 지난해(1700명)보다 많은 2200명이 응시했다.

다만 올해부터는 지원자들이 개성을 뽐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제 업무역량과 어떻게 연결하는지에 따라 합격 여부가 갈린다. 지난해에는 정비 능력을 강조한다며 정비사 복장으로 등장하거나 해외 경험을 앞세워 스리랑카 전통의상을 입고 온 지원자 등도 화제가 됐지만 올해는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 안에 담긴 실제 콘텐츠에 더 집중해 평가한다는 의미다.

SK 인사팀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해보니 구직자들이 특이경력을 강조하느라 정작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직무에 대해 어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올해는 심층면접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오디션은 구직자가 8분간 자유형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면 7분간 심사위원들이 심층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프레젠테이션 잘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체육 전공에, 공사현장에서도 일해보고, 인터넷쇼핑몰도 차려보고 여러 가지 일을 하셨네요. 그런데 그게 SK텔레콤에서 보여주실 수 있는 업무역량과는 무슨 상관이죠?”

심사위원의 침착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에 방금까지 패기 넘치던 여성 지원자 B 씨의 눈빛이 흔들렸다. 잠시 당황하는 듯 머뭇거리던 B 씨는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여러 사회생활을 경험한 것이 SK텔레콤에서 일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고 답했다.

같은 시간 다른 7개 방에 입장한 지원자들도 비슷했다. 누구는 방이 떠나가라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구는 심사위원들에게 박수를 쳐줄 것을 요구하며 즉흥 삼행시를 짓기도 했지만 결국 관건은 그래서 자신의 개성을 지원하는 직무와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 짓느냐였다.


 

SK는 오디션 결과를 25일 발표해 다음 달 2차 면접을 진행한다. 합격자는 2개월간 인턴 평가를 거쳐 2015년 신입사원이 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