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부도의 늪서 손 맞잡은 勞使… 6년연속 흑자 도약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4.25

[노사 빅뱅, 상생의 틀을 짜자]<3>만성적자 탈출해 기사회생한 포스코TMC



지난달 24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포스코TMC 본사에서 신재철 대표이사(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와 김교철 포항공장 노조위원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김상영 천안공장 노조위원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손으로 노사화합을 의미하는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천안=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그땐 회사가 망하든 말든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죠. 조합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노조 지도부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지난달 24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포스코TMC 본사에서 만난 김교철 포항공장 노조위원장(44)은 입이 마른 듯 연신 물을 들이켰다. 그는 2002년 5월 포스코TMC의 전신인 한국코아 포항공장 노조를 만든 장본인이었다. 함께 있던 김상영 포스코TMC 천안공장 노조위원장(49)은 “회사가 부도가 나 여러 번 주인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시위 현장에 나가다 보니 과연 노조가 조합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며 “금속노조 탈퇴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절대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 극심했던 노사갈등


한국코아 노조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주도하는 시위에서 ‘돌격대’ 역할을 맡았다. 김상영 위원장은 “예전엔 회사와 얘기하던 중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 ‘공장 스위치 다 꺼’라고 소리칠 정도였다”고 기억했다.

회사는 2004년 2월 부도가 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구조조정 위기를 느낀 포항공장 노조원 50여 명은 천안 본사로 몰려와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노숙 시위를 벌였다. 회사 노무 담당 직원이었던 이태호 제조팀 대리(41)는 텐트를 걷으려다 노조 대의원이었던 친구 동생으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이 대리는 “당시 포항은 전원 노조에 가입했지만 천안은 조합원과 비(非)조합원이 반반이었다”며 “근로자 간의 노노 갈등도 심했다”고 했다.

한국코아는 2005년 6월 세운철강이 인수하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그리고 2년 뒤 포스코 자회사인 포스틸(현 포스코P&S)이 인수해 포스코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포스코TMC는 포스코가 2010년 직접 자회사로 편입시킨 뒤부터 사용한 이름이다.


○ 모범적 노사문화 정착


포스코TMC 노조는 포스코그룹으로 편입된 지 1년 만인 2008년 금속노조를 탈퇴했다. 김교철 위원장은 “해마다 파업을 하다 보니 우리(조합원) 손실도 컸다”며 “사사건건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파업 수순을 밟는 게 답은 아니라는 생각에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탈퇴 후 노조는 한 번도 파업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 기록을 이어온 것이다.

김기원 포스코TMC 천안공장장(부장·47)은 “회사가 근로자들의 권익을 요구하는 노조를 그저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것도 노사 갈등을 부채질한 원인”이라며 “모든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나니 노조도 훌륭한 협력 파트너가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은 포스코TMC 노사가 천안 본사에서 올해 첫 노사협의회를 여는 날이었다. 일주일 전 취임한 신재철 신임 대표(전무·54)와 노조 간부들이 공식적으로 첫 상견례를 한 날이기도 했다. 신 대표는 노조 간부들에게 “주주와 고객들의 가치를 높이려면 우선 직원들의 가치부터 높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노조도 회사의 성장을 위해 애써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 노사가 합심하니 생산성도 향상

포스코TMC의 천안 및 포항공장 작업률(전체 업무시간 중 정상 가동 시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노사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았던 2006년 59.1%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노사 관계가 정상화된 뒤 작업률도 점차 개선돼 지난해는 81.3%까지 올랐다. 김 공장장은 “노사가 대립하던 시절에는 파업도 잦고 근무에 집중하지 못해 불량률은 높고 작업률은 바닥을 기었다”며 “지금은 근로자들이 스스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매출액도 2006년 1008억 원에서 지난해 3196억 원으로 7년 만에 3배로 늘어났다. 최근 철강경기 악화로 영업이익이 줄긴 했지만 2008년부터 6년 연속 흑자도 냈다. 2004년 31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2004∼2007년 4년 연속 적자를 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2011년 7월 완공한 포항 신공장을 통해 회사는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김교철 위원장은 “노사 관계가 처음에는 뺏고 뺏기는 관계였다면 지금은 성과를 나누는 쪽으로 바뀌었다”며 “서로 긴장감은 유지하되 신뢰와 소통을 통해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안=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