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날세운 대학생, 쩔쩔맨 부총리

작성자 : admin / 날짜 : 2015.02.05

“취업률 따라 학과 통폐합하나” 비판에 “인문학보다 취업문제가 우선” 
황우여, 취임후 첫 대학생 간담회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4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으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 정원을 감축한다는 것은 대학을 취업의 장으로만 보겠다는 겁니다.”(송준석 연세대 총학생회장)

“인문학 전공자들이 취업이 안 되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요인이 있는데 당장 돈이 안 되는 전공을 정리하는 것 아닌가요.”(김소연 성균관대 문과대 부학생회장)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 정원 감축 정책에 대한 대학생들의 맹공에 진땀을 뺐다. 황 장관은 4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대학생 10명과 교육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장관 취임 이후 공식적으로 대학생들과 가진 첫 대화의 자리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이날 대화에서 학생들은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황 장관의 답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답은 듣지 못했다. 대학의 문제를 대학 탓으로만 돌리는 것 같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모인 학생들은 지난달 교육부가 산업 수요에 따라 대학 정원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반대 성명을 낸 대학들의 학생회 대표들이었다. 때문에 이날 대화 주제도 산업 수요 중심 정원 조정에 맞춰졌다. 

특히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열, 사범계열 등의 불만이 거셌다. 박창근 한양대 부총학생회장도 “산업 수요에 따라 정원을 조정하면 지원예산이 공과대학 쪽으로만 치중되고 기초학문 육성에는 소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날 황 장관에게 기초학문 분야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주문했다. 인문사회계열이 필요한 일자리 파이를 키우는 정책을 기업이나 관계부처와 협의해 달라는 것이다.

황 장관은 “인문학 등 기초학문을 양적으로 축소하는 정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크면 결과적으로 학생들과 미래 세대에 피해가 된다. 고통이 따르지만 사회 구조를 고쳐 나가야 한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문학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취업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인문학 소양을 생각해야지 취업이 어려운데 인문학을 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간담회장을 나선 학생들은 “장관이 소통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대학이 처한 문제에 대해서는 ‘의도한 바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답변한 것은 안타깝다”는 반응이었다.

이지원 한국외국어대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제에 대해 교육부의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했는데 질문과 대답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체적인 해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종진 동국대 사범대 학생회장은 “장관은 특정 학과의 폐과나 통폐합은 교육부의 의도가 아니고 대학의 자율이라며 대학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구조조정 정책은 사실상 인문대 사범대를 타깃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방 거점 국립대 학생들도 황 장관의 답변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남대 김한성 총학생회장은 “지방 국립대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는데, 장관은 지방대에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고만 답했다”며 “국립대는 정책에 따라 휘둘리는 곳이라 걱정이 많은데 뚜렷한 답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부산대 황석제 총학생회장도 “국립대는 사립대가 키우기 어려운 기초학문을 키운다는 취지가 있어 기초학문을 보호해 달라고 했는데, 그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친 황 장관은 “학생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교육부가 수용해야 할 부분도 있다”며 “모든 학문에 대해서 진로를 마련하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남윤서 baron@donga.com  ·임현석 기자 


[출처: http://news.donga.com/List/Society/3/03/20150205/694845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