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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팔고 복지 축소… 3년간 빚 10조원 줄인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5.30

[체질개선 나선 공기업]<6>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멕시코 만사니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의 가스 저장시설 앞에서 가스공사 직원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제공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르네상스호텔에는 한국가스공사와 SK E&S, GS에너지, 포스코에너지, 한국중부발전 등 국내 주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회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LNG 공동구매를 위한 컨소시엄을 결성하는 협약식을 갖기 위해서다. 에너지 공기업과 민간 기업들이 LNG 공동구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석탄 등 다른 화력발전에 비해 온실가스가 적은 LNG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각국이 필요할 때 싼값에 천연가스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LNG 생산설비가 대형화되면서 판매자들도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사가는 회사에 천연가스를 우선 판매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LNG 구매동맹은 단일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LNG 구매 회사인 가스공사가 2월 민간 기업들에 공동구매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따라 생산성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가스공사는 이번 구매동맹으로 LNG 확보가 수월해지고 구매 단가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산 매각, 사업 구조조정으로 부채 감축

가스공사는 3월 ‘부채감축 계획 및 복리후생 개선 계획’을 내놓고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가스공사는 우선 2017년까지 10조5000억 원을 감축해 현재 32조 원인 가스공사의 부채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2012년 385%에서 2017년 249%로 13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 감축은 크게 국내외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 경비 절감 등을 통해 추진된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 가운데는 이라크 아카스 가스전 지분 등 3개 지분투자 사업을 정리해 부채를 6800억 원가량 줄일 계획이다. 해외 자산 매각은 가급적 이른 시간 내에 매각하되 국부 유출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적정 가격을 산정해 헐값 매각을 막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가스공사는 1월 ‘재무개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매각 대상 해외 자산을 선정했다.

이와 함께 해외자원개발펀드 유치 등으로 7500억 원의 신규 자금 조달과 강도 높은 경비 절감 대책도 마련했다.

직원 복리 후생 제도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올 9월까지 의료비와 단체보험 지원 폐지, 퇴직자 기념품 축소 등 1인당 352만 원 수준을 유지하는 내용의 복리후생 개선 계획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가스공사 직원 1인당 복리 후생비는 지난해보다 21.7% 줄어든 352만 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민간 기업과 해외 동반 진출로 생산성 높인다”

가스공사는 부채 감축과 경비 절감 등 경영정상화와 함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생산성 향상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부채 감축으로 부실을 털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 경영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우선 투자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LNG 도입 등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 7.25% 수준인 자본생산성을 2017년에는 9.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자본생산성은 총자산 대비 부가가치 생산액의 비율로 회사의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또 LNG 설비 건설, 운영 기술과 경험을 살려 국내 기업들의 해외 동반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LNG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져 가스공사와 해외에 동반 진출하게 되면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수익성 높은 사업을 수주하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LNG플랜트 건설 등 해외 사업에 국내 기업들의 동반 진출을 주도하면서 지난해에만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123억8000만 달러를 수주하는 데 기여한 바 있다. 가스공사는 올해도 이라크 유전개발 프로젝트 등 해외 사업에 대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를 열어 민간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또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본사 조직을 축소하고 현장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본사 인력 129명을 가스 설비운영 현장에 재배치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현재 8억5000만 원인 직원 1인당 부가가치 생산액을 2017년에는 11억 원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