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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易地思之 교육으로 비상시 대처능력 높여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6.05

[안전이 경쟁력이다]<6>조종사-승무원-정비사 ‘共感훈련’하는 아시아나항공



지난달 29일 아시아나항공 본사 교육훈련동에서 ‘Joint CRM(합동 승무원 자원 관리)’ 훈련에 참가한 조종사들과 객실 승무원들이 항공기 모형에 설치된 슬라이드로 비상 탈출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조종사들이 직접 항공기 문을 여닫는 실습 장면. 아시아나항공 제공
 


“브레이스(brace·대비하다), 자세를 취하시오. 브레이스, 자세를 취하시오.”

지난달 29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교육훈련동에 있는 항공기 모형에서 진행된 비상 착륙 훈련 상황. 항공기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들이 비상 착륙 시 충격에 대비하는 자세를 취한 채 승객들을 향해 영어와 한국어로 반복해 이렇게 외쳤다. 실습을 진행하는 교관은 “임팩트(impact·충격) 순간까지 이 말을 반복하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0년부터 항공기 운행과 관련된 모든 부문의 직원들이 함께 안전 교육을 받는 ‘Joint CRM(Joint Crew Resource Management·합동 승무원 자원 관리)’ 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조종사, 객실 승무원, 정비사 등 각 부문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다만 현실에서는 각자 다른 업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통합 훈련 과정을 마련한 것이다. 원래 이론 교육만 했으나 2011년에 실습 훈련이 추가됐다. 아시아나항공에서 항공기 운항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직원들은 3년에 한 번씩 이 훈련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이날 훈련에는 조종사, 객실 승무원, 정비사, 항공관리사 등 20여 명이 참가했다. 비행 경력 25년이 넘은 베테랑 조종사부터 갓 입사한 객실 승무원까지 경력도 천차만별이었다.


○ 평소 익숙하지 않은 역할 맡겨

교관들은 다른 업무를 이해해 비상 시 대처 능력을 높인다는 훈련 목적에 맞게 객실에서는 조종사를, 조종석에서는 객실 승무원들을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기장님, 비상 착륙한 다음에는 무엇을 하실 건가요?” “그 다음은요?”

기내 훈련을 맡은 고창현 교관은 조종사들의 말문이 막힐 때까지 집요하게 질문했다. 조종사들은 객실 상황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 교관은 “비상 탈출 시 승객들은 앞쪽 문으로 몰리기 마련입니다. 이때 기장님들이 조종석에서 나와 승객들이 뒷문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셔야 합니다”고 말했다. 조종사들은 각자 운행하는 항공기 기종의 문을 여는 실습도 거쳤다. 고 교관은 “기종별로 문을 여는 방법이 다른데 기장들이 직접 문을 여닫을 기회는 거의 없다”며 “비상 착륙의 충격으로 승무원이 사망하는 경우에는 기장들이 승무원을 대신해 승객들이 대피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조종사에게만 허용되는 비행 시뮬레이션 훈련도 이날만큼은 다른 부문 직원들도 함께 했다. 5명씩 조를 이뤄 항공기가 ‘Go-Around(복행·復行·착륙하러 활주로에 접근하다 다시 상승하는 것)’ 상황을 체험했다.

이 훈련을 담당한 임종호 교관은 “기상 상황이나 착륙 시 장애물 등으로 비행기는 종종 복행을 하는데 조종사들에게 매우 집중력이 필요한 순간”이라며 “이때 객실 승무원들이 조종사에게 무전을 하면 조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 알게 된 시간”

이날 조종사와 객실 승무원들은 평소 서로에게 궁금했던 것을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도 가졌다.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부터 조종사의 식사 시간 등 소소한 것들이 화두에 올랐다.

비행 경력 25년 차인 이광우 기장은 “승무원들의 유니폼 색깔이 왜 다른지 오늘에서야 알았다”며 “무심코 지나갔던 것들을 알게 된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승무원 경력 10년 차인 박현숙 씨는 “비행기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는 사소한 갈등이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며 “오늘 훈련을 통해 서로 몰랐던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년퇴직 후 4년째 직원 교육을 맡고 있는 임 교관은 사소한 실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실제 사례를 들려주며 이날 훈련을 마무리했다. 


“과거 착륙을 앞두고 기장과 부기장이 모두 세관신고서를 작성하느라 항공기가 최대 허용 속도를 넘는 아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객실 승무원이 평소처럼 세관신고서를 이륙 전에 줬거나 조종사가 미리 달라고 부탁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죠. 이처럼 사소한 실수, 오해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