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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미착공 사업지서 승부 보자”… 정몽규 회장 ‘역발상 경영’ 통했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6.09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오른쪽)이 올 3월 24일 곡선 디자인으로 유명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임원들과 함께 둘러보면서 이색적인 디자인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제공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해 최고경영자로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장기 미착공 사업지에서 주택 공급을 시작할 때 그간 들어간 토지 보유 비용 등이 한꺼번에 반영돼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 재개를 지시한 것. 현대산업개발은 장기 미착공 사업지인 대구 달서구 월배2차 아이파크와 울산 중구 약사동 아이파크 분양에 나섰다.

그런데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3000채 정도의 두 단지의 계약이 분양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모두 완료되는 ‘분양 대박’이 난 것. 지난달 22일 광주 동구 학동에서 분양한 ‘무등산 아이파크’ 청약에도 일반분양 808채(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8518명이 몰려 평균 2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현대산업개발이 최근 주택사업의 호조를 기반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은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12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신규 분양사업에서 대규모 현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되면서 올 1분기(1∼3월) 흑자 전환에 성공해 매출 9639억 원, 영업이익 227억 원을 기록했다. 장기 미착공 지구의 손실을 반영함으로써 앞으로 주택사업의 위험 요인도 제거됐다.

특히 최고경영진이 실적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이며 현장경영을 주도해 성과를 더욱 높이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28일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나부터 변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수를 회사에 반납하겠다”며 솔선수범 경영에 나섰다. 또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체질 개선을 통해 밸류 엔지니어링을 실현해야 한다”며 원가 혁신, 책임과 권한이 분명한 조직체계, 역동적인 기업문화, 미래 투자를 강조했다.

정 회장은 앞으로 건설과 분양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종합부동산회사로 발전해야 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부동산 운영사업’으로 성장 동력을 확장해 수익 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 현대산업개발은 이를 위해 부동산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주택 외에 토목, 해외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 창출을 늘릴 방침이다. 지난해 11개 단지에서 총 7965채를 분양한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공급량을 늘려 13개 단지에서 총 9383채를 분양할 계획이다. 하반기에 경기 수원시 아이파크시티(2043채) 등 알짜 물량을 수도권과 지방의 주요 지역에서 대거 공급한다.


현대산업개발은 컨테이너부두 3선석과 배후용지 63만 m²를 개발하는 ‘부산 신항 2-4단계’ 사업을 올해 안에 착공하는 등 토목사업도 확대한다. 1880MW 규모의 경기 동두천 LNG복합화력발전소 개발사업을 올해 완공할 예정이며, 경남 통영시에서도 920MW 규모의 LNG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올 1월 인도 뭄바이에서 54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 신축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4월에는 볼리비아에서 1440m 길이의 교량 건설공사를 수주해 착공을 앞두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