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청년도사’가 삼성그룹 멘토 6000명에게 강조하는 것은?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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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사'가 삼성그룹 멘토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한국 청년문제의 종착역은 취업이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취업준비를 한다. 취업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이 취업 말고도 행복하고 편한 마음으로 다른 것에도 몰두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더 성장할까.
청년문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신익태 씨(42)를 만났다. 신 씨는 '청년멘토' 단장으로 일하면서 페이스북 '신대장의 대학생활 노하우', 가입자 17만 명의 네이버 대학생 커뮤니티 '아웃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청년관련 강의도 하고 있다.
-왜 청년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는가?
"청년들은 작은 관심과 조언으로도 큰 변화를 일으킨다. 투자효과가 크다. 그들의 엄청난 변화가 멘토링의 보람이다."
-계기가 있다면….
"10년 전 대학후배가 찾아와서 고민을 털어놓기에 잠자코 듣기만 했다. 해준 말도 없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후배가 '들어줘서 고맙다.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돈을 벌지 않더라도 청년들과 대화하고 힘을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다니던 직장을 접고 국제YMCA의 대학생 프로그램 책임자로 옮겨 본격적으로 청년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신단장은 연세대 신방과를 졸업하고 LG애드에서 4년 간 근무했다.
-'청년멘토'란 무엇이고 왜 만들었나?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재능 및 지식 나눔 NGO다. 올 3월에 발족했다. 현재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두 가지 이유로 만들었다. 첫째, 대학생들이 가진 재능과 지식을 무료로, 그것을 필요로 하는 같은 또래의 대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청년멘토의 큰 특징이기도 하다. 대학은 대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원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높은 수준의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팀플(몇 명이 짝을 이뤄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하는데 원하는 정보를 어디서 찾지? 교환학생을 가려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내게 유용한 대외활동은 무엇이지? 등등 소소한 정보에 대학생들은 목말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것들을 배우러 밖으로 나간다. 다른 데도 돈 쓸 때가 많은 대학생들이 사교육에 돈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 28일 부산대에서 개최하는 마이크 솔류션이 한 예다.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강의를 한다. 강사는 전부 대학생들이고 150명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 참가비는 상징적으로 1000원만 받는다. 참석자들은 전문가 뺨치는 대학생 프로츄어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어갈 것이다. 둘째, 진로 및 취업교육을 대학생 스스로 해보자는데 목적이 있다. 청년멘토는 대학생 20명과 사회인 멘토들로 구성돼 있다. 대학생들은 강의 기획을 하고 사회인 멘토들은 실제 업무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멘티들에게 전달한다. 멘토 한명은 5명 정도의 멘티들에게 집중적인 멘토링을 한다. 각 대학은 취업센터나 취업 캠프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로 및 취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다. 강사들의 수준이 높지 않다. 기업에서 대학에 가는 강사들의 경우 인사팀이 아닌 경우도 많고 실무자들은 거의 가지 않는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지방대학에는 가지도 않는다. 청년멘토는 기업의 실무 담당자들과 학생들을 소규모 맨토링을 통해 매칭시키고 있다. 효과가 클 것이다. 일례로 삼성 계열사의 마케팅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한 신입사원은 밖에 나가 활발히 마케팅 활동을 할줄 알고 입사했는데 하는 일은 하루 종일 엑셀만 돌리는 것이라며 입사 전에 알았다면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 현대차 SK 등 내로라하는 기업에 들어갔지만 업무 적성이 맞지 않아 퇴사하는 신입사원 비율이 엄청나다. 소규모 멘토링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멘토링을 해준다는데 공감이 간다. 2011년부터 삼성그룹 멘토링 멘토 6000명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들에게 무엇을 강조하나?


"멘토링의 시작은 듣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20대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얘기만 들어줘도 맨토링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공감해야 한다. 다음으론 지속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밥 한 번 먹고 가는 것은 간담회다. 30분을 만나더라도 자주 만나야 한다. 그래야 멘티의 성장과정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멘티와의 공감을 이룬 후 지식과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 처음 만났을 때 얘기하면 멘토가 아니라 강사다. 멘토들의 얘기는 인터넷에 다 있는 것들이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갔던 사람들이 애정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멘티들이 안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삼성멘토링'을 통해 11만명의 멘토와 멘티가 끈끈한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취업시즌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봤을 때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을 것도 같은데….
"지원 분야에 대한 이해와 열정은 학교와 스펙을 이긴다. 하루라도 빨리, 가고자 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지식과 경험을 쌓고 그것을 증명했을 때 기업은 그 사람을 뽑는다. 해당 분야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은 지원한 분야에 열의와 지향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다."
-기업들은 대학은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상위권 대학 출신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취업 시 고려해야 할 팁이 있다면?
"상위권 대학 출신들은 주변의 기대에 부응한 취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SKY를 나왔으니 당연히 00기업은 가야지'란 말에 따랐다가 중간에 퇴사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경총 자료에 따르면 1년 내 신입사원 퇴사율이 25.6%에 이른다. 자기가 진짜 원하는 일과 직장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적어라. 그 리스트를 일정주기로 업데이트 하라'. 이 두 가지를 권하고 싶다. 중하위권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스펙을 갖추고 직무 전문성을 쌓는 일이다. 스펙이 다는 아니지만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스펙'을 갖춰야 한다. 이 스펙은 전공에 대한 전문성과 연관된다. 이공계의 경우 산학프로그램 참여, 전문연구소 커리어가 자신을 증명할 수 있지만 인문계의 경우는 또 다르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경험을 쌓아야 한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해외 대학과의 교류 프로그램과 글로벌 인턴 프로그램을 이용해 바깥세상을 경험하고 해외봉사 활동에도 참여하라고 권하고 싶다.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세상에 많은 기회가 있음을 아는 게 중요하다. 다수의 학생들이 약간의 패배감을 갖고 있지만 시야가 넓어짐으로써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학생들이 취업에 매달리고 그것도 안정적인 직업에만 몰린다. 취업 말고 다른 길도 있을 것 같은데….


"창업을 권하고 싶다. 지금처럼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때가 없었다.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미래창조과학부 등등 많은 부처에서 청년창업을 뒷받침하는 제도를 운영중이다. 창업지원금도 쏠쏠해 50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1억원까지 있다. 어린 나이에 창업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고, 설사 실패했더라도 그 경험은 기업에 지원할 때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신익태 씨는 '청년멘토'를 통해 대학생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그는 학생들을 조금만 도와주면 학벌이 좋지 않아도, 많은 돈을 쓰지 않아도 원하는 일을 이룰 것이라 믿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을 후원해주고 격려해주는 문화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여긴다.

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