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내 탓이오’ 사장님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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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현대重 사장 ‘진심 경영’
“직원들 마음 얻지못한 회사의 잘못… 일한만큼 보상 받도록 노력할것”
파업 찬반투표 조합원들에 편지


“회사가 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얻지 못하게 됐다면 그것은 회사의 잘못이며 책임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23일 오전 6시 20분 권오갑 현대중공업 그룹기획실장 및 사장이 울산 본사 정문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리고 직접 작성한 2장짜리 편지를 건넸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파업(쟁의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하는 첫날이었다.
권 사장은 회사가 최악의 위기를 맞은 가운데 파업을 결의한 직원들을 비판하지 않았다.
“여러분들께서 열심히 일해 오신 만큼 회사는 이익을 내서 최고의 대우, 최고의 직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최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여러분께 실망을 드렸습니다. 회사의 책임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회사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듯 저 또한 회사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바꾸겠습니다.”
조합원들의 가장 큰 요구사항인 임금 인상이 실현될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종 업계 어느 회사보다도 여러분이 일한 대가를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파업을 결의하는 노조에 최고경영자(CEO)가 편지로 호소하는 건 드문 사례는 아니다. 하지만 권 사장의 소통 감성 경영은 지금까지 그가 일관되게 보여 왔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권 사장이 현대오일뱅크 사장이던 당시 노조는 2년 연속(2011, 2012년)으로 임금 협상을 회사에 위임했다. 1988년 노조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었다. 2010년 8월 취임 이후 소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모습을 조합원들이 신뢰한 결과다.
권 사장은 외국계 기업이 10여 년간 경영하며 부실해진 현대오일뱅크의 체질을 전환하기 위해 매주 충남 대산공장에 내려가 하루를 온전히 직원들과 보냈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해 갯벌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구르고 주유소 현장 근무도 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상반기에 정유 4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1428억 원)를 낸 데는 다른 비결이 없다. 권 사장의 노력으로 직원들이 자기 일에 솔선수범하게 된 덕분”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권 사장이 현대중공업 노조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3일 노조 게시판에는 “새 사장님의 글에 뭉클해지는 부분도 있었다. 진심도 있어 보인다”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권 사장의 진심이 통했는지는 26일 오후 개표로 알 수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