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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마을에 ‘떴다, 꿈의 체험관’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10.14

SKT ‘티움 모바일’ 해남 현장

정보 인프라 부족했던 시골 아이들

가상현실-증강현실 등 체험행사… “창의력 쑥쑥 키우는 계기”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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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7시 반 전남 해남군 송지면의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 이미 어둠이 깔린 학교에 인근 아이들과 학부모 등 50여 명이 모여들었다. 1층 다모임실에서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미래’라는 주제의 학생 글짓기 발표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1학년 담임 이미숙 교사(47·여)의 인사말에 이어 준비된 동영상이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아이들의 글짓기 발표 장면과 함께 농사일이나 집안일에 바쁜 아빠, 엄마, 할머니들의 모습이 차례차례 나타났다. 일주일 전 이 교사가 나눠준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이 직접 찍은 영상이었다. 부모님이 젊어지는 장치, 아빠의 땀을 흡수해주는 안경, 엄마가 좋아하는 코스모스를 사시사철 피우는 기계 같은 아이들의 바람이 하나씩 전해졌다. 6분짜리 동영상이 끝날 때쯤 내레이션이 흘렀다.

“아버님, 어머님 아이들의 꿈이 참 예쁘죠? 도시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꿈을 키울 기회가 부족했던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더 큰 꿈을 키울 기회를, 그리고 꿈꾸던 미래는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화면은 곧이어 깜깜한 학교 운동장으로 옮겨갔다. 정체 모를 사람들이 일주일 전부터 뚝딱뚝딱 만들던 기괴한 구조물이 일제히 불을 밝혔다. SK텔레콤이 정보통신기술(ICT) 소외 지역 아이들을 위해 만든 이동형 체험전시관 ‘티움(T-um) 모바일’이었다.

○ 귀농가족 4남매의 꿈

경기 성남시에 살던 문희준(42) 장하니(40) 부부는 2009년 이곳 해남으로 귀농했다. 강연(11), 설우(9·여), 새미(7·여) 삼남매에게 삭막한 도시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2011년엔 막내 원이도 태어났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집을 도시의 친척집보다 훨씬 좋아한다. 부모들도 그런 아이들을 보며 늘 ‘귀농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부족한 게 하나 있지만.

강연이는 이달 초 학교에서 데려간 2박 3일 서울 나들이가 아직도 아쉽다.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강연이로선 처음 가본 국립과천과학관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는데 일정상 1시간 만에 다 돌아봐야 했기 때문이다. 음악가를 꿈꾸는 설우는 다른 친구들처럼 피아노학원에 다닐 수 없다는 게 늘 불만이다.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부부가 차로 35분 거리의 읍내까지 아이를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다. 장 씨는 “아이들은 최대한 많이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기선 그걸 해 줄 수 없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 장도에 오른 티움 모바일

티움 모바일은 강연이 남매처럼 늘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하는 아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체험관’이다. 서정분교는 1990년대 후반 학생이 5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색다른 교육 프로그램 덕분에 해남읍에서 통학하는 아이들이 늘면서 학생 수가 지금은 80명까지 늘어났다.

티움 모바일은 이동이 쉽도록 약 700m² 넓이의 버블텐트로 설치된다. 아이들은 과거관, 현재관, 미래관을 돌며 30여 개 휴대전화 벨소리로 연주하는 음악, 증강 현실을 이용한 온라인 상점, 가상현실 기기 등 10가지의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보 격차 때문에 꿈꿀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창의력을 꽃피우도록 돕는 게 티움 모바일의 목적”이라며 “우선 내년 8월까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어촌 지역을 10곳 이상 더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남=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