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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기만 했던 다문화가정, 나눌 수 있어 더 행복합니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10.21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賞]

가족-개인-단체 3개부문 5건 시상… “언어는 달라도 자랑스러운 국민”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축사… 다국어 아리랑 공연에 박수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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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다르지만 같은 노래를 부릅니다.”

이주민으로 구성된 노래단 ‘몽땅’. 이들이 무대에서 ‘아리랑’을 부르자 어수선했던 행사장엔 침묵이 감돌았다. 음악을 듣던 일부 참석자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각자 모국어로 한 소절을 담당하다가 한목소리로 “아리랑∼ 아리랑∼아라리요” 하며 노래를 마치자 박수가 쏟아졌다.

2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 행사가 진행됐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김영기 ㈜LG 부사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어느덧 약 200만 명의 외국인이 이웃으로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가 됐다”며 “언어가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는 자랑스러운 국민”이라며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이자스민 위원은 “필리핀에서는 경사스러운 날 비가 내리면 더 큰 행운이 깃든다고 믿는다”며 “궂은 날씨에도 참석한 여러분에게 더 큰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고 격려사를 전했다. 또 권 차관은 “최근엔 다문화가정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6년 이상 자조모임을 운영해온 미카 교수, 사회적 기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몽땅’ 등 한국에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사회에 적극 기여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족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두 가정은 ‘도움 받는 다문화가정’을 넘어서 ‘도움 주는 다문화가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황규복 씨(59)는 “우리 같은 다문화가정이 사회의 일원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문화사회를 이루는 데에 기여한 개인 수상자 2명은 모두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수상자 이현정 씨(52·레인보우 합창단 단장)는 “앞으로 개척할 길이 더 많이 남아 있기에 격려의 의미로 상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상자 와타나베 미카 씨(53·물방울나눔회 회장)는 “한국의 고귀한 정신문화를 전파할 수 있는 문화 전도사가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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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부문 도윤서-한동환씨 가정

아내 향수병 경험 되살려… 한국정착 부부 도우미로


베트남 출신인 도윤서 씨(40·여)는 2003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지금의 남편(한동환 씨·52)을 만났다.

도 씨는 결혼을 전제로 한국에 온 이주여성과 달리 유학으로 한국생활을 시작해 문화·언어적 갈등을 덜 겪은 편. 하지만 주변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자원봉사를 결심했다. 이후 2012년부터 경기 구리시에 위치한 다문화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강의를 진행했다. 2012∼2013년에는 ‘우리는 하나-이웃언어, 문화알기’ 베트남편 제작에 참여해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정착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교재와 교구를 만들기도 했다.

도 씨의 활동엔 아들 한준민 군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초등학교 4학년인 한 군은 어머니가 교구를 제작할 때 함께 삽화를 그리고, 한국어 강사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만드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황 군은 “엄마와 함께 다문화가정에 도움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부문 남지혜-황규복씨 가정

아내 향수병 경험 되살려… 한국정착 부부 도우미로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더 나누며 살겠습니다.” 수상자 중 제일 먼저 수상 소감을 밝힌 황규복 씨(59). 농사를 짓던 황 씨는 2009년 베트남 출신 여성 남지혜 씨(31)를 만나 결혼했다. 황 씨는 결혼 후 1년째 되던 해부터 계속해서 다문화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내가 시집오고 난 뒤 1년 동안은 향수병에 시달려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아내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처럼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황 씨는 거창한 도움보다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우선 아내와 함께 텃밭에서 가꾼 베트남 채소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나누는 기쁨을 알아가면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쌀을 지원하면서 지원 규모도 점차 늘렸다. 아내 남 씨는 2011년부터 센터를 통해 알게 된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상담하고 있다. 이 부부는 지난해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필요한 정보(국적취득 절차, 임신과 출산, 자녀교육 등)를 담은 가이드북 1000권을 제작하는 데 드는 600만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개인부문 와타나베 미카씨

한국생활 27년 이주 1세대… 외국인며느리 맏언니 역할


와타나베 미카 씨(53·여)는 1987년 한국에 온 다문화 1세대다. 이후 20여 년간 후배 다문화가정들의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2006년 KBS ‘러브인아시아’ 출연을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된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 스리랑카 새댁 이레샤 페레라 씨 등과 함께 다문화가정 자조모임 ‘물방울나눔회’를 결성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고 김장 담그기 등 다양한 행사를 주최하며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앞장서온 것.

일본 와세다대 문학부연극과를 졸업한 미카 씨는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문화나눔마당’이란 프로그램을 기획해 20개국의 전통예술공연, 전통의상 및 음식 체험 등을 서울 인사동, 청계광장 등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미카 씨는 현재 물방울나눔회 회장, 한일문화교류연합회 부회장, 유한대 산업일본어과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부문 이현정씨

‘레인보우 합창단’ 만들어… 다문화 아이들과 꿈 노래


“아무것도 없는 땅에 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달려왔습니다. 앞으로 더 개척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나운서 출신인 이현정 씨(52·레인보우 합창단 단장)는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 씨는 2008년부터 한국다문화센터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다문화 지원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녀가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것은 다문화가정의 청소년 계층이다. 성인 이주민들은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한국 땅을 밟았지만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질타와 무시, 차별 등에 노출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잔뜩 위축된 다문화 청소년들의 기를 살리는 방법은 ‘노래’였다. 이 씨는 ‘서로 다른 문화’를 상징하는 ‘레인보우 합창단’이라는 이름을 붙여 팀을 이끌었다. 2009년 탄생한 이 단체는 주요 20개국(G20) 만찬, 세계 여수엑스포 개막식 등 굵직한 무대에서 활약하며 다문화가정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체부문 몽땅 중창단

7개국 출신 하나로 뭉쳐… 4년째 이웃 보듬은 화음


“수상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벅차 모두 ‘와’ 하고 환호성만 질러댔어요.”

다문화 공헌 단체 부문에서 수상한 다문화다국적 노래단 ‘몽땅’ 팀원들은 “노래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1년 한국 몽골 인도네시아 중국 티베트 필리핀 등 7개국 사람들로 구성된 몽땅은 국적은 달라도 한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오고 있다. 20일 다문화상 행사에는 20대에 한국으로 건너와 지금은 쌍둥이 엄마가 된 인도네시아 ‘아띤’, 필리핀 유학생 ‘에릭’, 중국인 간호사 ‘이화’, 화려한 오디션 참가 경력을 가진 몽골의 ‘가나’, 팀 내 분위기 메이커 미국의 ‘필립’ 등이 참가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몽땅’이라는 이름은 ‘빠짐없이 모두’라는 뜻과 프랑스어 ‘montant(오르다)’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김희연 몽땅 대표는 “다문화사회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는 모든 사람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하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