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CJ대한통운 택배기사, 월 400만원 번다”…구직자들 ‘두 번 운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10.24

최근 국내 대표 택배회사인 CJ대한통운 택배기사로 일하면 월 400만원을 번다는 식의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한 채용공고가 인터넷 상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택배회사는 택배기사에 따라 가능한 수입이라며 결코 과장된 금액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택배기사 일선에서는 월 수입이 300만원도 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구직자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높은 수익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다른 직종보다 센 노동강도를 감수하려는 구직자들을 두 번 울리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선 택배기사 "200만~230만원 수입이 현실"

23일 온라인 채용 사이트인 사람인에 따르면 CJ대한통운과 대리점 계약을 맺은 A사는 택배기사 채용 시 월 4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내용의 채용공고를 냈다. A사는 정규직으로 주 6일(월요일~토요일, 오전 7시~오후 6시) 근무하면 연 수입이 최고 5000만원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A사가 낸 공고대로 택배기사가 월 400만원을 벌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택배회사와 택배기사 일선에서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택배회사는 근무 지역, 업무 숙련도, 택배 기사 체력에 따라 월 4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택배기사들은 과장된 금액이라고 맞선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전체 택배물량 60~70%를 담당하는 수도권 지역에서 몇 개월 경험을 쌓아 숙련도가 오르면 평균적으로 400만원을 벌 수 있다"며 "유류비나 유지비, 통신비 등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300만~330만원 가량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기사 B씨는 "회사 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택배기사는 평균 200만~230만원을 벌고 있다"며 "모든 택배회사가 밥값 등으로 하루에 1만원씩 지급하지만 합산해도 월 30만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업은 대리점주의 경우 월 1000만원도 가능하지만 택배기사가 월 400만원을 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택배기사로 1년 정도 근무해 업무가 숙달되고 집합물량 영업 능력까지 갖출 때 월 400만원은 가능할 것"이라며 "회사별로 취급하는 택배물량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택배기사 수입을 평균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차 운전해도 CJ대한통운 직원 아니다"

A사는 채용공고에서 CJ대한통운 로고를 썼다. 이 공고를 본 구직자들은 대기업인 CJ대한통운 직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A사와 CJ대한통운은 단지 계약으로 묶여 있을 뿐이다.

이는 일반적인 택배업 형태다. 택배회사는 직영배송도 하고 있지만 택배사업자와 택배물량 공급을 하겠다는 계약을 맺고 소화하는 물량이 적지 않다. CJ대한통운과 계약을 맺은 대리점이라면 소유하고 있는 1톤 트럭 외부를 CJ대한통운 차처럼 도색하고 영업을 하는 것이다.

즉 A사에 취직한 구직자는 고용계약을 맺고 월급을 받는 곳이 CJ대한통운이 아니라 A사가 된다는 얘기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를 뽑을 때 수입을 공개하지 않는다.

문제는 대리점의 택배기사 채용공고는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택배회사 입장에서 대리점이 고수익 보장 채용공고를 내는 일은 택배기사 채용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되레 반길 일이다. 택배기사는 다른 직종보다 노동강도가 센 만큼 이직률도 높다. 택배회사들은 택배기사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채용공고는 일반적으로 구직자에게 희망을 갖게하는 속성이 있고 근로계약은 대리점주가 판단해서 맺는 것"이라며 "채용공고가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회사에서 권고나 시정조치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사처럼 목표수익을 제시하는 온라인 채용공고는 제도적 규제틀에서 빗겨나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채용공고에 대한 규제는 방송보다 온라인이 느슨한 편"이라며 "채용공고가 제시한 수익이 평균치가 되지 않더라도 실현이 가능하다면 과장광고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