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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속도 없는데…” 취업 한파에 ‘희비’ 엇갈린 졸업식

작성자 : admin / 날짜 : 2015.02.25

학사모


 


"졸업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어요." 

"이제 소속도 없는데 취직하기 더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황사가 대부분 물러나고 깨끗한 하늘이 보인 24일 오전 서울시 대학 곳곳에서 2015년 봄 학위수여식(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오전 11시 동국대 중앙도서관 앞 광장에는 꽃을 파는 상인들이 줄을 이었다. 꽃다발과 졸업장을 나눠 든 졸업생들은 가족,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사진찍기에 몰두했다. 

앞서 오전 10시에 졸업식을 시작한 상명대에도 졸업을 축하하는 가족과 후배, 동료들의 인사와 학업을 마무리한 졸업생들의 설렘으로 교정에 웃음꽃이 폈다. 


'취업 한파' 속에서 맞은 졸업식날, 졸업생들은 "즐거운 날에 취직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 셀카봉·동아리 공연으로 시끌벅적…"정든 동아리 떠나"

지난해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히는 셀카봉은 졸업식 필수품이 됐다. 상명대 졸업생들은 여기저기서 셀카봉을 길게 뽑아 북한산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었다.

셀카봉 열풍 속에서도 몇몇 졸업생들은 전문 사진가에게 돈을 내고 '정석' 졸업사진을 찍었다.

계당홀 주변에서 전문 사진을 찍던 사진가 김모(53)씨는 "졸업식 사진을 찍을 때마다 기분이 좋고 흐뭇하다"면서도 "셀카봉 때문에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고 씁쓸해하기도 했다. 

동국대에는 졸업을 축하하는 응원단의 공연이 열렸다.

졸업가운을 입고 공연 선보인 김모(25·여)씨는 "마지막 이벤트로 후배들과 공연을 하는 것"이라며 "부모님들께 제가 응원을 했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응원단 옆에는 10여 명의 학생이 풍물 공연을 준비했다. 단과대 풍물패연합 고모(29)씨는 "4년 동안 열심히 활동했던 동아리라 그런지 감회가 새롭다"며 "선배들 졸업할 때마다 같이 공연을 해왔는데 홀가분하기도 하고 후배들에게 고맙기도 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를 지켜보던 학부모 천모(61)씨는 "우리 때는 부모님 형제 가족들이 모두 모여 사진찍는 날이 졸업식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졸업하는 친구들이 춤도 추고 공연도 하고 보기 좋다"고 즐거워했다.


◇ "소속 없는데 취직하기 더 어렵지 않을까"…줄잇는 취업 걱정 

졸업생들이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자식의 졸업을 지켜보던 학부모들은 취업 걱정에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상명대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교육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26)씨의 어머니 임모(55·여)씨는 아들의 졸업을 축하한다는 말에 "착잡하다"란 말이 먼저 나왔다.

임씨는 "어쨌든 지금 취직을 못 한 상태로 졸업을 하다 보니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들 말처럼 내년에 꼭 합격해서 취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도 "즐거운 날이지만 취업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범대 학생들은 졸업하고 2~3년 공부해야 임용고시에 합격한다"며 "잘 준비해서 내년에 꼭 합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문학을 전공한 한 졸업생도 취직 얘기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좋은 날에 취직 스트레스는 받고 싶지 않다"며 "아마도 많은 학생이 취직을 못한 채 오늘 졸업식에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소속이 없는데 취직하는 게 더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1년 정도 준비하다가 안되면 공무원 시험을 볼까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취업 준비중인 동국대 졸업생 기모(29)씨는 졸업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미리 학위수여증을 받아왔다.

그는 "아무래도 아버지 어머니께 죄송스런 마음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졸업이 더 당당한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됐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졸업식이 한창 진행 중인 강당 뒤편으로 졸업장을 들고 가던 정모(27)씨는 "졸업장도 받고 성적증명서도 뽑을 겸 해서 왔다"며 "집도 지방이고 취직도 안 된 상태라 부모님께 전화만 드렸다"고 했다.


그는 "이달에 집 계약도 끝나는데 다시 연장할 지 고향으로 내려갈 지 결정을 못 한 상태"라며 "오늘 오후에도 당장 면접 스터디가 있어 가봐야 한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물함 짐을 정리하고 혼자 캐리어를 끌고 가던 김서영(27)씨는 "더 이상 졸업을 미루면 자꾸 학교에 의지할 것 같아 짐을 뺐다"며 "졸업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는 학교 밖으로 나갔다.

(서울=뉴스1) 


[출처: http://news.donga.com/List/Society/3/03/20150224/6978115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