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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제품인데… 마트 PB상품 최대 반값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12.30

소비자원, 12개 제품 가격 비교

‘홍삼정’ 19만8000원 vs 9만9000원… ‘혼합곡밥’ 5680원 vs 3980원

“일반 제품 가격 거품 증명” 지적에… 업체 “대량구매-물류비 절감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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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성현 씨(49)는 최근 대형마트에 우유를 사러 갔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유제품 코너에서는 1000mL들이 연세우유가 255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연세우유와 함께 만든 자체브랜드(PB) 제품인 ‘1A 우유’는 17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연세우유보다 33.3%나 싼 가격이었다. 두 제품은 용량도 같고, 모두 국산 원유 100%를 사용해 사실상 같은 제품 같았다. 김 씨는 “제품 포장만 약간 다른데 가격이 다른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제조사가 만든 제품이어도 대형마트가 PB 제품으로 팔면 가격이 최대 절반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제조사가 책정한 일반 제품의 가격에 거품이 있는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PB 제품이 최대 50% 저렴

한국소비자원은 시중 대형마트 3사에서 판매되는 PB 제품을 조사한 결과, 제조사와 주원료 함량이 동일한 PB 제품(12개)의 가격이 일반 제품보다 평균 23.6%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이마트가 종근당건강과 함께 개발한 PB 제품인 ‘6년근 홍삼정’ 가격은 9만9000원으로 종근당건강의 ‘6년근 홍삼정’(정가 19만8000원)의 절반 가격에 불과하다. 두 제품의 용량은 240g으로 주재료인 진세노사이드 함량(5.7mg)과 고형분 함량(65%)이 같다.

홈플러스가 동원F&B와 만든 PB 제품인 ‘혼합곡밥’ 가격은 3980원으로, 동원F&B가 시판하는 ‘쎈쿡 건강한 혼합곡밥’(동일한 용량·5680원)보다 29.9% 싸다. 이 두 제품은 모두 동원F&B가 만드는 것으로 멥쌀 70%, 발아현미 20%, 흑미 4.5% 등 주요 원료 함량이 같다. 롯데마트가 롯데제과와 함께 만든 PB 제품인 ‘초이스엘 카스타드’ 가격은 2960원으로 롯데 카스타드(4000원)보다 18.4% 싸다.

주원료 함량이 유사한 제품 20개를 조사한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들 제품의 경우 PB 제품의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최대 28.5∼60.2%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마트는 PB 제품과 일반 제품의 가격 차이가 벌어지는 것에 대해 “PB 제품을 만들 경우 소비자들이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비용을 낮출 수 있고 중간 유통 과정이 단순화되면서 물류비를 아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조업체들은 “일반 제품의 정상 가격은 PB 제품보다 비싸지만, 1+1 행사나 덤 증정 등 행사 가격을 감안하면 (일반 제품이) 더 싸다”고 해명했다.

○ 품질 논란은 여전

이처럼 PB 제품 가격이 더 저렴해지자 PB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크게 늘고 있다. 올해 6월 말을 기준으로 대형마트 매출액 중 PB 제품의 비중은 이마트가 16.8%, 홈플러스가 24.0%, 롯데마트가 26.0%에 이른다.

소비자원이 최근 3개월 이내에 PB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는 PB 제품을 구입하는 이유로 ‘가격이 저렴해서’(76.5%·복수응답)가 압도적으로 많이 꼽혔다. 응답자의 75.9%는 PB 제품을 구입하면 가계비용 절약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다만 이들은 PB 제품 구입 시 불만 사항으로 ‘품질이 좋은지 알 수 없다’(55.4%·복수응답), ‘제품이 다양하지 않다’(33.1%), ‘가격 등 제품 비교 정보가 불충분하다’(32.5%)를 꼽았다. 글로벌 시장 조사회사인 칸타월드패널의 오세현 대표는 “유통 선진국으로 불리는 영국에서는 PB 제품이 전체 소비재 시장의 약 47%를 차지한다”며 “한국 유통업체들도 선진국 유통업체들처럼 싼 가격과 좋은 품질로 소비자들을 끌어당기는 전략을 구사해 PB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