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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에 사랑 담았어요”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6.25

‘깜빡’ 할머니 위한 가스레인지 자동off… ‘운전미숙’ 엄마용 연습 프로그램

삼성전자 주니어 SW아카데미… ‘게릴라 미션’ 초중고생 5350명 참가

일상생활속 작은 배려에 착안… 화장실 휴지량 알려주는 작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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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동명고 2학년 노종수 군(17)은 시골에 혼자 계신 외할머니가 홀로 요리를 하시는 게 늘 불안했다. 요리 도중 다른 일을 하다가 가스레인지 불을 켜놓은 사실을 잊을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깜빡할 때에 대비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불을 끌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으로부터 올해 ‘삼성전자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 게릴라 미션’의 화제작인 ‘안전 가스레인지’가 탄생했다. 온도 센서를 활용해 음식별 조리 시간에 맞춰 불을 꺼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는 삼성전자가 2013년 8월 전국 초중고교생들의 소프트웨어 역량과 창의력을 길러주기 위해 시작한 교육 기부 프로그램이다. 지난해부터 연간 1만여 명의 학생이 방과 후 교실이나 자유학기제 수업을 통해 6주간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고 있다. 올해도 전국 270개 학교가 참여했다.

한 학기 수업이 끝날 때마다 전국 학교별로 실력을 겨루는 ‘게릴라 미션’이 진행된다. 올해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소프트웨어 만들기’라는 주제 아래 학생 5350명이 참가했다. 이달 1일 학생들의 작품이 공개된 홈페이지가 열리자마자 일주일 만에 35만 명이 방문해 ‘좋아요’를 눌렀다.

참가 학생들은 가족과 선생님, 친구들 등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평소 일상에서 불편했던 점이 뭐였는지를 묻는 것으로 접근을 시작했다. 그 결과 운전이 서툰 엄마를 위한 운전면허 학습 프로그램, 비가 오면 저절로 닫혀 빨래가 젖는 것을 막아주는 ‘스마트 윈도’, 지출 정산 때문에 매일 늦게 퇴근하는 아버지를 위한 ‘계산기능이 있는 가계부’ 등 가족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소프트웨어들이 탄생했다.

‘스마트 휴지걸이 두루미’나 ‘급식실 무인 질서 지킴이’ 등은 학교 선생님과 청소 도우미 아주머니들의 일손을 덜어주고자 만든 프로그램이다.

스마트 휴지걸이를 만든 서울 화곡고 팀은 매일 화장실을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을 인터뷰해 칸마다 남은 휴지 양을 확인하는 게 가장 번거롭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문 밖에서도 휴지의 남아있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화장지 낭비 문제도 심각하다는 이야기에 기울기 센서를 달아 한 번 들어갈 때마다 휴지 사용량을 제한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했다.

화곡고 팀 소속인 황태경 군은 “만드는 도중 전선끼리 합선이 일어나 센서가 고장 나는 경우도 있었고, 휴지가 완전한 곡선 형태가 아니다 보니 적외선 센서를 인식시키는 과정도 까다로웠다”면서 학교 화장실 문화 개선에 기여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노인들의 밤길을 안내해주는 발광다이오드(LED) 지팡이와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움직이는 알람,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안전한 신호등과 건널목 등은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따뜻한 사회적 고민이 담긴 작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초등학생들은 어른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창의적 스토리를 소프트웨어로 표현해냈고, 중고교생들은 수준 높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을 만들어내 심사위원들도 감탄했다”고 전했다.

충남 청양군 운곡초교 윤혜정 교사는 “소규모 학교이다 보니 학생들이 다른 학교, 다른 시도 학생들과 같은 경험을 공유할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이번 게릴라 미션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은 모습”이라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