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기효진 씨(25·서울 노원구)는 그동안 여름이면 꽃무늬가 들어간 화려한 옷을 즐겨 입었지만 올여름엔 단순한 디자인의 무늬가 없는 단색 옷을 고른다. 기 씨는 “옷을 사는 데 들어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 튀는 옷보다 활용도가 높은 기본 아이템을 사게 됐다”고 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여름철 옷차림새도 실용을 선택한 단순한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다. ‘기본’ 옷을 사서 여러 번 입겠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유통업계 매출에 반영되고 있다.
20일 롯데백화점의 남성 편집매장 ‘아카이브’의 올해 상반기(1∼6월) 매출을 품목별로 분석한 결과 전체 셔츠 매출에서 기본형 셔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0%에서 올해 80%로 늘었다.
반면 꽃무늬나 기하학적인 무늬가 들어간 패턴 셔츠의 경우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60%에 달했지만 올해 들어 20%로 급감했다. 바지도 체크무늬 등 패턴이 들어간 제품은 지난해 판매 구성비의 4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20%로 감소했다. 반면 기본 스타일의 단색 바지는 지난해 40%에서 올해 70%로 매출 구성비가 증가했다.
롯데마트의 자체상표 의류 브랜드인 ‘베이직 아이콘’에서도 기본형 옷이 잘 팔렸다. 6월 한 달간 여름 레이온 티셔츠 판매량을 살펴본 결과 검은색과 흰색 티셔츠의 판매는 지난해보다 15% 늘었지만 원색 티셔츠는 매출이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의 인기상품에도 이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방송한 단색 티셔츠 세트는 한 시간 동안 6700세트가 팔리며 올 상반기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 단색 티셔츠 세트의 주문 금액은 작년 동기와 비교해 231% 늘었다. 반면 2013년 여름부터 유행했던 형광색 티셔츠는 올해는 아예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올해는 화려한 디자인 옷을 찾는 고객이 거의 없어 아예 편성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본형 옷의 유행은 꾸준히 입을 수 있는 옷 한 벌을 구매해 여러 번 입겠다는 소비심리의 발현으로 해석된다. 경제성장률이 올해도 하락세를 보이며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난해 1분기(1∼3월)에 3.9%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내내 꾸준히 하락해 올해 1분기에는 2.5%를 기록했다. 이형주 롯데백화점 PB팀 수석바이어는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유행을 반영한 상품보다는 언제든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기본적인 스타일의 상품에 대한 인기가 높다”며 “이런 트렌드로 인해 기본적인 디자인의 상품 판매량은 전년보다 20%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도 단순한 색상과 디자인의 상품 라인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마트 자체 패션 브랜드 ‘데이즈’는 올여름 흰색과 파란색을 주요 색상으로 선정해 기본 반바지와 티셔츠를 선보였다. CJ오쇼핑도 기본 아이템을 주요 패션 상품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이마트 데이즈 담당자는 “앞으로 한동안 소비자들이 기본 디자인과 무난한 색상의 옷을 찾을 것으로 예상돼 올해 하반기에도 기본형 옷을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