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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100] 10명 중 7명 즐기는 ‘국민 놀이’ 게임, 누가 만드나?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7.31

한국산업기술대 게임공학부 - 창의 벤처형 융합 게임 인재 양성

게임은 할 일이 없거나 문제아들이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요즘에는 20, 30대 여성들도 카페, 지하철,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공공연하게 애니팡, 다함께 차차차 등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 몇 년 전만해도 게임을 저급한 놀이, 범죄와 사행성 조장, 중독자 양산 등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탓에 부모와 교사의 눈을 피해 PC방에서 게임을 즐겼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5 게임 이용자 실태 조사’와 ‘일반 국민의 게임 이용률 조사’에 따르면 2014년 7월 이후 1회 이상 게임을 해본 국민이 74.5%나 된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자(78.7%)가 여자(70.0%)보다 약간 많다. 연령별로는 16~18세가 91.6%로 가장 많고 13~15세(90.9%), 19~29세(86.9%), 30~39세(81.2%)의 순이다. 플랫폼별로는 모바일 게임이 64.0%(중복 응답)로 가장 많고, 온라인 게임(43.0%), PC용 패키지 게임(14.2%), 아케이드 게임(9.5%) 등이 뒤를 이었다.

게임은 ‘수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선진국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2014년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약 10조 원에 이른다. 게임 수출액은 1년 전보다 8% 늘어난 29억3883만 달러(약 3조4000억 원)로 K팝, 영화, 캐릭터 등 전체 콘텐츠 수출액(54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다.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약 120조 원으로 추정된다.

게임이 세계 산업의 주요 아이템으로 떠오르자 글로벌 인터넷기업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게임 개발에 나서고, 페이스북도 게임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큰 게임으로 돈을 벌어 억만장자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게 세계적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부자 6위는 서른 살이던 2002년 게임회사를 설립해 온라인 1인칭 총 쏘기 게임(First-person shooter) ‘크로스파이어’로 중국에서 대박을 터뜨린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회장(43)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권 회장의 개인 자산을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로 평가해 2015년 빌리어네어(10억 달러 이상의 자산 보유자) 리스트에 처음으로 포함시킨데 이어 6개월 만에 다시 35억 달러로 추정해 6위에 올렸다. 권 회장보다 개인 자산이 많은 우리나라 부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05억 달러),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90억 달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78억 달러),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44억 달러), 최태원 SK그룹 회장(43억 달러) 등 5명뿐이다. 역시 게임회사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사장과 엔씨소프트 창업자인 김택진 대표도 빌리어네어 리스트에 올라 있다.

게임이 21세기 유망 산업이 될 것으로 미리 내다보고 2001년 국내 4년제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게임공학과를 개설해 인재 양성에 나선 곳이 한국산업기술대이다. 설립 초기에는 ‘게임을 만드는’ 학과를 ‘게임을 하는’ 학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2012년 게임공학을 더 넓고 깊게 가르치게 위해 게임공학과를 게임공학부로 확대 개편했다.

“스마트기기의 확산과 유·무선 통신 네트워크의 고도화에 따라 세계 게임시장은 상당 기간 성장세를 지속할 것입니다.”

이대현 한국산업기술대 게임공학부 교수 겸 학부장은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놀이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지금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놀이가 바로 게임”이라고 말했다.

학부는 융합 게임 분야를 선도할 창의 벤처형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잡고 있다. 학부의 전공은 게임 개발에 중점을 두는 게임공학 전공, 게임 기획부터 제작까지를 전반적으로 배우는 엔터테인먼트컴퓨팅 전공으로 나뉜다.

게임은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래밍 기술과 시나리오, 그래픽, 영상, 음악 등을 결합한 종합 예술이자, 21세기 문화 콘텐츠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공학은 게임을 공학적으로 접근해 네트워크 기술, 프로그래밍, 디지털 콘텐츠 등을 종합적으로 가르치는 학문이다.

게임산업은 게임 소프트웨어, 임베디드 게임 장비, 게임 콘텐츠 같은 융합 게임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기술, 예술성, 창의성, 아이디어의 결합 능력을 요구한다. 학부는 이를 감안해 게임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프로그래밍, 임베디드 시스템 등 다양한 컴퓨팅 기술의 이론과 함께 실무 능력을 중시한다. 81개 전공 교과 가운데 59개(72.8%)가 실습이다.

재학생들은 방학 때 게임회사에 인턴으로 취업해 실무능력을 기른다. 2015년 여름방학 때는 웹젠, 와우소프트, 겜플 등 20개 게임회사에서 66명이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게임공학부와 산학 협력을 하고 있는 가족회사는 150여 개에 이른다.

학부 교수 17명은 기업이나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대현 교수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나와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의 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만들다 2005년 교수로 부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술R&D PD를 지낸 이 교수는 대학 안에 게임회사를 세워 어린이가 점프하며 즐기는 체험 게임을 만들어 키즈카페에 공급하기도 했다. 또 김태환 펭구리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겸임교수 9명은 게임 트렌드와 현장 이슈를 학생 눈높이에 맞춰 가르친다.

대부분의 게임 관련 학과들이 프로그래밍, 기획, 그래픽 등 세 분야에 고루 비중을 두는 것과 달리 한국산업기술대 게임공학부는 프로그래밍 분야에 중점을 둔다. 이론적 기초를 토대로 게임 소프트웨어, 게임 서버 등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학부 1학년 때는 문자를 기반으로 만드는 게임, 2학년 때는 그림을 기반으로 하는 2차원 게임, 3학년 때는 3차원 게임을 만든다. 4학년이 되면 3, 4명이 팀을 이뤄 여러 장르의 3D 온라인 게임을 졸업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앱스토어에 올려야 졸업할 수 있다.
게임공학 전공 4학년 최도찬 씨는 “주인공이 몬스터를 무찌르는 3D 액션 게임을 졸업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며 “현장 경험이 많은 지도 교수가 1년 이상 게임 개발 과정을 매주 점검하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해결책을 제시해줘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실습 위주 교육에 까다로운 졸업 조건 등은 실력 향상의 원동력이다. 이런 교육 과정 때문에 졸업생의 전공 적합도는 90%가 넘는다. 대부분 학생이 전공을 살려 취업한다는 의미다. 2014년 졸업생 86명 중 62명(72.9%)이 취업했고, 그 중 58명이 게임 또는 IT회사에 취업해 전공 적합도가 93.5%나 됐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은 각종 공모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교육부 주최 ‘KC Startup Festival 2014’에서 3학년 김태형 팀이 우수상(교육부장관상)을, 4학년 김동주 윤덕근 김민혁 씨가 ‘2014 타이페이 국제 발명전 INST’에서 특별상을, 4학년 이동우 씨 등은 2014 대학생 모바일앱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국내 최고 게임회사로 꼽히는 넥슨은 신입사원 사내 경진대회에서 이 학부 졸업생들이 뛰어난 성적을 거두자 학생 유치를 위해 한국산업기술대를 찾아 캠퍼스 리크루팅까지 하고 있다.

학부의 입학 정원은 120명. 85명을 선발하는 게임공학 전공 경쟁률은 수시(47명) 22.4 대 1, 정시(38명) 4.9 대 1이었다. 35명을 뽑는 엔터테인먼트컴퓨팅 전공은 수시(20명) 20.9 대 1, 정시(15명) 9.14 대 1. 2015년도 신입생 입학 성적(수능 평균)은 게임공학 전공 3.1등급, 엔터테인먼트 전공 3.2 등급이었다. 2014년의 장학금 지급액은 16억9000만 원으로 학생 1인당 279만 원꼴이었다.

시흥 = 김상철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