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몽골 제자들이 의료 황무지서 간 이식 수술 꽃피웠어요”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8.04

15년간 외국인 제자 1000여명 키운 이승규 아산의료원장



72855053.2.jpg
“2015년에는 ‘외국인 제자’들과 관련된 특별한 소식이 많습니다.”

올해 7월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3942건의 생체 간 이식 수술(성공률 97%)을 진행한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아산의료원장(66)은 “15년 전(2000년) 인도 출신 의사를 상대로 처음 진행했던 ‘해외 의료진 대상 간 이식 수술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가 올해 1000명을 넘어섰다”며 “간 이식 노하우를 배워 가는 외국 의료진이 계속 늘고 있고, 일부 국가는 간 이식 기반을 우리가 만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라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달까지 총 1041명의 외국 의료진이 이 원장에게서 간 이식 수술과 관련된 지식과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 원장은 네 살 때 심장병을 앓아 일본에서 수술을 받았고, 젊은 시절에는 간 이식 수술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독일과 일본의 유수 병원을 찾아다녔다. ‘삶’의 많은 부분이 국제의료 협력과 관련 있었기 때문에 세계적인 권위자가 된 지금도 외국 의료진 특히 개발도상국 의료진 교육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원장은 “2011년부터 간 이식 수술을 배운 몽골국립제일병원의 의료진이 얼마 전 자체적으로 2건(6, 7월에 각각 1건)의 수술에 성공했다”며 “의료 여건이 많이 열악한 나라라 스스로 간 이식 수술을 성공했다는 소식에 제자들을 안아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4년간 총 19건의 수술을 몽골에서 현지 의료진과 함께 진행했고, 야단도 많이 치면서 가르쳤다”며 “6월 수술에서는 30시간이 걸렸지만 7월에는 20시간으로 수술 시간이 크게 단축돼 수술 노하우도 빠르게 축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고 덧붙였다.

외국 의료진 대상 교육에서 이 원장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부분은 미국 유럽 일본 같은 전통적인 의료 선진국 출신의 연수생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젊은 시절 열심히 찾아다녔고, 부러워했던 의료 선진국의 의사들을 직접 우리 병원에서 가르치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미국 영국 일본 이스라엘 같은 선진국 의사들이 이 원장의 지도를 받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연수 중인 미국 피츠버그대학병원의 마크 스터드밴트 교수(43)는 “서울아산병원 간 이식팀의 성과는 수술 건수와 성공률 같은 수치와 각종 논문을 통해 많이 접했다”며 “실제 와서 보니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어 감탄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간 이식 수술을 배우러 오는 선진국 의사 중에는 자국 의료 수준에 대한 자존심이 강하고 ‘내가 최고다’라는 식의 자부심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꽤 있다”며 “보통 며칠 지나면 ‘겸손한 학생’의 자세를 보이고, 우리에 대한 칭찬도 많이 한다”며 웃었다.

그는 “외국 의료진에게 수술 기술보다 다양한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을 잘 배우라고 강조한다”며 “우리가 가진 노하우를 상대적으로 의료 여건이 열악한 개발도상국 의료진에게 더 적극적으로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강성휘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