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4년제 대학보다 취업 잘되는 전문대 갈래요”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8.06

학생 대거 몰린 ‘전문대학 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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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4년제 대학 입시 박람회에 갔을 때는 대부분이 학부모였는데 오늘 여기(전문대 엑스포)는 학생이 대부분이어서 감동받았어요. 집에 있는 고3 아이에게 전문대 진학을 권할 생각이에요.”(이순덕 씨·53)

“학교에 붙어 있던 전문대 엑스포 포스터를 기억해 뒀다가 찾아왔어요. 호텔업계에서 일하고 싶어서 호텔관광학과를 지망하는데 4년제 대학보다는 전문대 진학을 원해요.”(정유진 양·정신여고 3학년)

전문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4년제 대학 못 가면 전문대’라는 과거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우수학생들도 전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학부모들도 자녀에게 전문대 진학을 진지하게 권유하고 있는 것.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 대한민국 전문대학 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학생, 학부모, 전문대 관계자들은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첫날 박람회는 예정보다 상당히 빨리 시작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입구에서 100m 넘는 줄이 이어지고 복도를 가득 채우는 바람에 예정 시간을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이다.

인하공업전문대 항공운항과에 대한 설명을 들은 유혜진 양(능동고 3학년)은 “중3 때부터 항공운항과 진학을 원했는데 고민 끝에 전문대에 가는 게 꿈을 가장 빨리 이루는 길이라고 판단했다”며 “4년제 대학 중에도 항공운항과가 있는데 전문대가 현장실습 기회가 더 많고 취업률도 좋아서 마음을 정했다”고 말했다. 유 양은 “반 친구들 중 절반 정도는 전문대 진학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자들과 함께 박람회장을 찾은 경기 수원시 효원고 장순관 교사는 “지난해에도 제자들을 데리고 왔는데 다들 너무 좋아해서 올해 또 데리고 왔다”며 “교사들 사이에서도 전문대에 대한 편견이 많이 없어졌고 학생들도 전문대 진학을 희망하며 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확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대 관계자들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권형태 신성대 입학관리처 주임은 “우리 학교는 제철산업과 관련된 분야가 현대와 연계돼 있어 졸업생들이 현대에 많이 취직한다”며 “해당 과 학생들은 한 해 평균 자격증을 5개는 취득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고석주 군장대 대외협력처장은 “우리 학교가 있는 군산에는 한국GM 공장이 있는데 우리 학교와 한국GM이 연계해 재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며 “1998년부터 도입된 평생지도교수제를 통해 학생들이 졸업이나 취업을 한 뒤에도 새로운 정보들을 계속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이공대 항공서비스과에 재학 중인 김주영 씨는 “입학 전에는 편견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교수님들도 열정적이고 학생들도 공부를 잘한다”며 “4년제 대학 다니는 친구들은 취업 시즌 되면 본인이 자기소개서 수십 장을 만들어 여기저기 취업을 알아보는데 우리 학교는 교수님들이 뛰어다니며 학생들의 취업처를 발굴해 연결해준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김준영 인턴기자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