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삼성그룹, 한 품목이라도 세계 제일로… ‘질’ 혁신으로 승부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8.17

[광복 70년 경제성장 70년]



73025425.1.jpg

73025424.1.jpg
1993년 6월 4일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현 삼성전자 회장)은 일본 도쿄(東京)에서 삼성전자의 경영 현장을 지도해 온 일본인 고문들과 삼성이 지닌 문제점들에 대해 회의를 했다. 새벽까지 이어진 회의에서 이 회장은 삼성 뿐 아니라 국내의 디자인 수준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디자인부서를 지도했던 후쿠다(福田) 고문은 삼성전자에서 4년간 근무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일류상품은 디자인만으로는 안 되고 상품기획과 생산기술 등이 일체화되어야 한다. 삼성은 상품기획이 약하다. 개발을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타이밍도 놓치고 있다.”

이른바 ‘후쿠다 보고서’에서 거론된 사항들은 그동안 이 회장이 숱하게 지적하며 고칠 것을 당부해온 고질적 업무관행이었다. 이 회장은 도쿄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향하는 기내에 동승했던 사장단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게 했다. 그 논의는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이어졌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이 회장은 세탁기 조립 라인에서 직원들이 세탁기 덮개 여닫이 부분 규격이 맞지 않아 닫히지 않자 즉석에서 덮개를 칼로 깎아 내고 조립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 품질고발 사내방송 프로그램 비디오테이프를 받아 보고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6월 7일 마침내 이 회장은 비장한 각오로 임원과 해외주재원 등 200여 명을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로 불러 모아 새로운 삼성을 여는 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의 주제는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 남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회장은 “삼성이 뼈를 깎는 아픔을 감내하고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는 내용의 ‘삼성 신경영’을 선언했다.

신경영 선언 이후 이를 전파하기 위한 회의와 교육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6월 24일까지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로잔, 영국 런던에서 이 회장이 주재하는 회의와 특강이 이어졌다. 7월 4일부터는 일본에서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로 옮겨가며 8월 4일까지 회의와 특강이 계속됐다.

삼성은 불량을 없애기 위한 제품 질 혁신부터 시작했다. 생산라인을 중단시키더라도 불량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도록 했으며, 한 품목이라도 좋으니 세계 제일의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사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사제도를 개선하고,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경영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인프라를 구축하고, 사업구조를 고도화시켜 나갔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