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금배지 아빠들 취업청탁 갑질에 청년들 분노… 좌절…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8.20

“내 가슴도, 아버지 가슴도 피멍”


국회의원 ‘아빠’들의 취업청탁 갑질이 알려지면서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취업 문제로 속앓이를 하던 청년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동안 구직 현장에서 알게 모르게 심증으로만 느껴왔던 이른바 ‘아버지빨’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채란 말을 쓰지 말라” “이 나라에서는 금수저 물고 환생하는 수밖에 없다” “학력 앞에 부모라는 사실에 좌절한다” “아버지가 나의 ‘이력’인 거냐”는 등의 거친 불만이 쏟아졌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에서 배우 김광규가 장동건의 볼을 잡고 흔들며 모멸감을 주었던 말,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가 최근 다시 유행어가 되고 있을 정도다. 한 누리꾼은 “2000년대 중반에 아버지의 동산·부동산을 따로 기입하라는 은행 입사지원서를 쓰면서 많이 울었는데 대한민국은 여전히 스스로의 힘으로는 취업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내 이력서에는 주소·전화번호·사진과 같은 기초 인적정보 이외에 학력·경력·어학성적과 같은 항목을 쓰게 한다. 문제는 부모의 주민등록번호, 최종학력, 졸업학교, 현재 근무지 전화번호 등을 적게 하는 ‘가족관계 항목’이다. 수험생들은 “부모님 직업이 일정치 않을 경우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두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부모의 동거 여부까지 묻는 경우도 많아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외국에서는 취업 이력서에 부모 직업을 묻는 것은 극히 예외적이다. 미국은 이력서의 형식도 자유에 맡기며 원칙적으로 가족사항을 묻지 않는다. 인종이나 외모 차별 논란을 우려해 사진도 붙이지 않는다. 수상 경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 추천인 2명을 요구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가족은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제외시키고 대학 시절 지도교수나 과거 직장 동료 및 상사에 한정한다.

한국과 더불어 유일하게 사진을 이력서에 붙이게 하는 일본조차도 부모의 직업이나 학력은 묻지 않는다. 법적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대다수 주요 기업에서 최종면접 시 지원자의 졸업학교를 가리고 공정하게 심사하도록 내부지침을 강화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보호자란’ 항목이 있는 지원서를 배포하는 것은 미성년자가 아르바이트로 많이 지망하는 패스트푸드점 등에 국한된다. 이때에도 비상연락처를 확보하기 위해 보호자의 이름과 연락처만 적게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3년 1월과 6월 100개 주요 업체 입사지원서의 기재 사항을 조사해 지원자의 개인 능력 및 수행 업무와 연관성이 적고 차별적 요소로 작용될 소지가 있는 항목에 대해 삭제 또는 수정을 권고했다. 해당 항목으로는 △가족 사항(출신학교, 최종학력, 근무처, 직위 등) △재산 사항(동산, 부동산 등) 등이 포함됐다.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입사지원서에 담기는 개인정보 항목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도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지원서에 가족 사항을 쓰지 말도록 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난해 7월 시행된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에도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한편 취업청탁으로 구설수에 오른 국회의원의 자녀들이 모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사법고시 폐지 논란으로까지 덩달아 불똥이 튀고 있다.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이번 파문과 관련해 “로스쿨은 역시 돈스쿨”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도 유력 집안 자제들이 로스쿨을 거쳐 대기업이나 유명 로펌에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법시험은 내년에 마지막 1차 시험을 치르고 2017년 2차 시험을 끝으로 완전 폐지될 예정이다.

노지현 isityou@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