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유승찬의 SNS민심]청년실업 해법 ‘정치권 동상이몽’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8.21


73166045.1.jpg

73166044.1.jpg
미국 과학자 윌리엄 클라크의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말은 지금도 유효할까. 광복 70주년을 갓 지난 우리는 러시아 극작가 니콜라이 고골의 말처럼 “청년은 미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여길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기성세대가 조금씩 양보해 청년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이른바 ‘노동개혁 담화’를 발표한 뒤 청년이 화제가 됐다. 언론도 청년실업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아버지 세대의 양보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재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두 자릿수이고 체감실업률은 23%에 이른다고 한다. 청년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3포세대, 5포세대를 넘어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7포세대라는 말이 나온다. 통칭해서 N포세대라고 한다. 지옥 같은 한국을 뜻하는 ‘헬조선’이란 말이 대유행할 정도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수든 진보든 현상을 보는 눈은 같다. 하지만 이들이 내놓는 해법은 사뭇 다르다. 정부와 여당이 ‘노동개혁’을 들고 나오자 야당과 노동계는 ‘재벌개혁’으로 응수한다. 정부와 여당은 더 가진 노동자들이 조금씩 양보하는 노동개혁을 통해 청년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고, 야당과 노동계는 노동개혁은 해고 자유화의 포석이고 대기업이 막대한 규모의 사내유보금 등을 투자하는 재벌개혁을 통해 청년고용을 늘리자는 것이다.

트위터와 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청년실업 해법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웠다. 박 대통령 담화가 있던 6일부터 19일까지 2주일 동안 청년을 언급한 글은 모두 7만5375건이 검색됐다. 뉴스 글만 6000건이 넘을 정도였다.

청년들이 주요 사용자이기도 한 트위터에서는 당연히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글이 많이 쏟아졌다. @rain*****이 올린 “원래 정부가 해야 할 일: 504조 규모 사내유보금 풀어 청년고용 늘려야, 방금 대통령이 한 일: 중장년 임금 쪼개어 청년고용 늘리겠다”라는 글은 1200회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했다.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은 트위터에 “법인세 낮춰줬더니 ‘자기 곳간만 채운 대기업’. 10대 기업 사내유보금은 90.3% 급증했지만 기업투자율은 ―4.2% 하락, 청년고용률도 ―1.9% 떨어져”라는 데이터를 포스팅해 610회의 호응을 얻었다.

반면 “청년들이 제때 취업을 못하고, 늦게 취업을 하더라도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데 따른 임금 손실이 연간 5조 원대에 이른다”는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도 꽤 인용됐다. 연구원은 이 같은 분석을 기초로 “기존 일자리의 과보호가 청년일자리를 막고 있다”며 고용 유연화를 주장했다.

이 기간에 청년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야망도 꿈도 미래도 사랑도 성공도 아닌 일자리였다. 1만3357건이나 언급됐다. ‘취업 빙하기’를 맞은 우리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2위가 정부, 3위가 고용, 4위가 노동개혁, 5위가 임금피크제였다. 청년고용을 늘린다는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이 도마에 올랐고 그 정책의 핵심이 임금피크제였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60살로 정년 연장+임금피크제’가 청년일자리를 늘린다고? 부모에게는 임금 삭감을, 자식에게는 ‘미생’식 일자리 확대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해 350여 회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반면 조 교수와 함께 새정치연합의 혁신위원을 맡고 있는 이동학 위원은 “임금피크제를 수용하고 노동조합을 설득하자”고 제안해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청년들이 끼니 걱정하던 시절을 모른다”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전체 연관어 6∼8위는 기업, 경제, 임금이 차지했고 9위엔 재벌개혁이 올라 4위 노동개혁과 강한 프레임 경쟁을 벌였다. 10위는 정규직이 차지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청년이 ‘열심히 일하면 더 나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응답은 22.7%에 그쳤고, ‘다시 올라갈 수 없다’는 응답이 77.3%였다고 한다. 청년들의 인식 속에서 기회의 사다리가 무너진 셈이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해법의 차이를 넘어선 진정성이 필요하다. 그들이 끝없이 절망하는 한 우리 사회의 미래도 어두울 것이기 때문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