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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한적한 시골마을에 미술교실 생겼어요”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8.21

공주시 임립미술관, 미술프로 운영… 70∼90대 할머니 미술 재능 발산

12월엔 미술관서 작품 전시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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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씨는 잘 몰라도 그림은 잘 그리지? 종이 한 장만 더 줘 봐.”

18일 오후 3시 한적한 시골 마을인 충남 공주시 계룡면 금대리 마을회관. 70∼90대 할머니 10여 명이 마을 특산물인 딸기, 토마토, 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비록 기초 수준이지만 할머니들이 이곳에 모인 것은 인근 임립미술관(관장 임립)이 지역 특성화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산골 마을 예술을 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사설 미술관인 임립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올 3월부터 미술 적용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미술 교육과 체험 등을 통해 생활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고 정서도 치유한다는 취지. 미술관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 지역 농산물 포장 디자인도 가르쳐 경제 활동에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되자 60대에서 90대 중반의 노인이 마을회관에 모였다. 주로 할머니였지만 미술의 기초부터 도형, 색깔 배합까지 배우고 있다. 최근에 배우고 있는 딸기, 오이, 토마토 그림은 올가을부터 마을 입구 벽화는 물론이고 농산물 포장 디자인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박오순 할머니(85)는 “평생 아이를 낳아 키우고 농사일만 해 그림을 그리는 건 생각지 못했다. 선생님들로부터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이렇게 미술에 재능이 있는 줄 몰랐다”며 웃었다. 김용분 할머니(91)는 “딸기 수확철인데 나이가 들어 밭에 가기보다는 마을회관으로 온다. 미술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화요일 31차례 진행되며 12월에는 미술관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어 마무리하게 된다.

임정규 학예실장은 “국공립미술관에서 좀처럼 할 수 없는 영역인 미술을 주제로 한 지역 주민 밀착사업을 수행해 보람을 느낀다”며 “내년에도 이 같은 지역특성화사업과 ‘찾아가는 미술교실’을 지속적으로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립미술관 측은 미처 미술관을 찾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충남지역 치료감호소, 유치원, 공장 등을 찾아가는 ‘움직이는 미술관-찾아가는 전시’ 행사도 하고 있다. 또 9월 4일부터 11월 8일까지 ‘아시아의 향기’라는 주제로 제12회 공주국제미술제도 연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limlipmuseum.org) 또는 사무국(041-855-7749).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