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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자연방목 고기만 사용”… 패스트푸드의 진정성이 통하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8.31

체인음식점 ‘치폴레’의 성공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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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로 ‘멕시코 고추를 구워 말린 양념’을 뜻하는 ‘치폴레’는 멕시코 대표 음식인 브리토, 타코 등을 맛볼 수 있는 미국의 음식점 체인이다. 패스트푸드와 캐주얼 레스토랑의 상식에 반기를 든 스티븐 엘스가 1993년 창업했다. 엘스는 ‘패스트푸드라고 해서 품질이 낮을 필요가 없고, 맛있다고 해서 비쌀 필요가 없다’는 자기 나름의 철학을 바탕으로 치폴레를 설립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183호(8월 2호) 기사를 통해 치폴레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치폴레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선한 재료를 제때 원활하게 구입하려면 납품업체를 자주 만나야 한다. 엘스도 그랬다. 그러다 그는 미국 내에서 소비되는 돼지고기의 97%가 공장식 축산농장 같은 끔찍한 환경 속에서 화학사료, 항생제를 먹으며 길러진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1999년의 일이다.

자기 몸만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서 사육되는 가축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도 항생제를 주기적으로 맞으면서 빨리 성장하고 있다. 항생제가 영양분 흡수를 돕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모두 정상적인 방법은 아니다. 물론 이유와 명분은 있다. 가축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축산농장 시스템 덕분에 고기 가격이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가처분소득의 18%를 음식값으로 썼는데 이 비중이 2010년 9%로 떨어진 것도 가격인하 덕분이라고 한다.

20세기 논리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21세기 논리와는 거리가 있다. 이제는 제대로 된 환경에서 사육되는 가축, 환경보전이 훨씬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시대다.

치폴레는 신선도를 뛰어넘어 윤리적인 방식으로 구매를 전환하기로 했다. 우선 항생제를 먹지 않고 자연 방목으로 자란 동물의 고기만 사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심지어 동물들의 잠자리도 짚이 높이 쌓인 헛간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축산농장이 아닌 주변 농가로부터 재료를 공급받아야 했다. 치폴레의 생각에 동의하는 농가들로부터 고기를 공급받았다. ‘진정성이 담긴 음식’이라는 유명한 미션도 이때 제정됐다.

치폴레의 확고한 철학은 매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음료를 담는 컵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다.

“사람들은 어떤 레스토랑이 자연에서 방목해 기른 고기만을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격도 비싸고, 그러한 고기를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죠.…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치폴레’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냅킨에서도 다음과 같은 글을 볼 수 있다. “이 냅킨은 90% 재활용되고 표백되지 않은 종이로 만들어졌습니다. 전생에 전기료 명세서나 주차 티켓일 수 있어요.” 치폴레가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이처럼 고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치폴레가 동물 복지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해 패스트 캐주얼이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자 기존 식품·유통업체들도 변화를 모색했다. 맥도널드는 2017년까지 항생제를 먹여 키운 닭을 더이상 취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코스트코의 경우 건강 야채의 대명사인 케일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겉모습을 따라 한다고 속까지 쉽게 바뀌진 않는다. 명확한 미션 없이 겉만 따라 해서는 치폴레처럼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기업들은 명심해야 한다.

신현암 삼성경제연구소 자문역 gowmi123@gmail.com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