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VIM 3개국’ 가다]<상>베트남 동나이省 효성공장

《 베트남(Vietnam), 인도네시아(Indonesia), 미얀마(Myanmar) 3개국을 일컫는 ‘빔(VIM)’이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나라들은 각종 규제 완화와 투자 인센티브를 내세워 글로벌 기업들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나란히 연평균 6%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배경이다. 동아일보는 VIM을 전략적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거나 이 지역에서 새로운 성장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

8일 오후 2시 베트남 호찌민 시 떤선녓 국제공항에 내려 차를 타고 동남쪽으로 달리길 10여 분. 도로 양옆으로 수많은 대형 건물과 공장이 지어지고 있었다. 공사로 인한 소음과 먼지가 베트남의 활력을 대변하는 듯했다.

베트남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모토로 내걸고 있다. 고속도로 및 공항 건설, 통관절차 간소화, 법인세 15년간 할인 및 면제 등이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에 매력을 느낀 국내 기업들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이 중 ㈜효성 베트남 법인은 대표적 성공사례다. ㈜효성 베트남 법인은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고탄성 섬유 스판덱스와 안전성, 내구성, 주행성을 보강하기 위해 타이어 속에 들어가는 타이어코드, 스틸코드 등을 생산한다.

2007년 초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베트남 진출을 결정한 뒤 지금까지 투자한 돈만 총 12억 달러(약 1조4390억 원)에 이른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기업 가운데 현지 투자 규모 순위가 10위다. 수출 비중도 높아 베트남 총 수출액의 1%를 차지할 정도다. 현지 고용 인력만 5000여 명이나 된다.



호찌민 시내 중심가에서 동남쪽으로 30여 km 떨어진 동나이 성(省) 년짝 공단 내 ㈜효성 베트남 법인 공장. 부지 면적 97만 m²(약 29만5000평)로 축구장 90개 크기인 이 공장이 ㈜효성을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부문 세계 1위로 만들었다. 스판덱스는 이 공장에서 연간 5만 t이 생산돼 전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된다. 효성이 중국 터키 브라질 등 국내외 7개 공장에서 생산하는 15만 t의 33% 수준으로 단일 공장으로는 최대 규모다. 타이어코드 공장도 연간 10만 t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이 글로벌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권기수 ㈜효성 베트남 법인장은 “조 회장이 처음 투자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년짝 지역은 고무나무가 가득한 평야에 불과했다”며 “지프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 조 회장이 ‘글로벌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했을 때 모두 어리둥절해했는데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이렇게 변했다”고 말했다.

㈜효성이 베트남 진출을 결정했을 당시에는 이미 중국에 핵심 제품 생산 법인이 마련돼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인건비, 토지세 등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보고 베트남을 전략적 기지로 키우기로 결정했다. 인건비와 전기요금 등 생산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양질의 노동력과 내수시장을 확보한 베트남이 생산기지로는 제격이었다.

유선형 ㈜효성 베트남 법인 상무는 “베트남 정부의 외자 유치 정책으로 토지 임대, 법인세 감면 등의 혜택과 함께 우수한 베트남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조 회장의 투자 결정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효성 베트남 법인은 제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설립 2년 만인 2009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지금까지 매년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부터는 매출 1조 원도 넘어섰다.

현지에서 만난 레 반 잔 동나이 성 세관장은 △정책 안정성 △인프라 개선 △우수 노동력 등을 베트남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말로 하면 ‘매우 빠르게’라는 뜻인 ‘런냣’이란 말을 반복하며 베트남의 ‘변화’를 강조했다.

레 반 잔 세관장은 “효성 베트남 법인처럼 투자 규모가 크고, 공인된 기업의 경우 수출입 및 통관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고, 다른 개선점을 찾기 위해 세관 직원을 해외에 연수를 보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준 ㈜효성 전략본부장(사장)은 “베트남 법인은 효성그룹의 글로벌 전초기지”라며 “2019년까지 베트남 법인에 약 6억 달러(약 720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더 확고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년짝(베트남)=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