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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2013년 ‘멜론’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6.01.13

지주회사 출자 구조 엄격 규제… 관련법 실효성 놓고 다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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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11일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멜론’의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8743억 원이란 거금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하자 엉뚱하게도 SK그룹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의한 지주회사 규제로 SK그룹은 알짜 계열사인 로엔을 2013년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으로 지주회사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로엔은 1978년 10월 서울음반으로 설립된 후 2005년 5월에 SK텔레콤에 인수됐다. 2011년 10월 SK텔레콤의 SK플래닛 분사에 따라 로엔은 SK플래닛 자회사로 편입됐다. 그러자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보유할 경우 2년 내에 해당 지분을 100% 소유하거나 매각해야 한다’고 규정한 공정거래법 8조 2항에 발목을 잡혔다.

2013년 9월 SK플래닛은 고심 끝에 로엔을 홍콩계 사모펀드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에 매각했다. 당시 67%였던 로엔 지분을 100%로 늘리는 데 필요했던 1300억 원가량의 비용을 내기보다는 기존의 사업 기반이었던 전자상거래에 집중하자는 판단이었다. 스타인베스트 측은 그로부터 28개월 만인 이달 11일, 카카오에 로엔을 매각하면서 1조2000여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겼다.

물론 SK플래닛이 2013년 당시 로엔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고 하더라도 지금만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었겠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대기업 그룹에 속한 상태에서 음원 사업을 하면 ‘대기업이 음원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비판하는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이다. SK플래닛 관계자도 “음원 사업 특성상 로엔이 대기업 그룹에서 분리된 덕분에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하며 고속 성장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으로 인해 주요 기업들이 성장에 꼭 필요한 증손회사를 갖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5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SK하이닉스는 SK의 핵심 계열사다. 하지만 자회사인 SK텔레콤 아래에 있는 손자회사여서 기술력 있는 기업을 인수하려면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선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을 통해 SK하이닉스홀딩스(가칭)를 신설하고 SK하이닉스와 합병시키는 시나리오가 끊이지 않고 있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도 손자회사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회사를 가지려 해도 역시 한계에 부닥친다. 통합 삼성물산을 사실상 지주회사로 삼으려는 삼성그룹 등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의 취지는 소수 지분으로 계열사를 과도하게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로엔 매각을 지주회사 체제 탓으로 돌린다면 지극히 결과론적인 분석이다.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소유할 방안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는 법적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그룹의 향후 구조 개편을 막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해당 조항은 비단 로엔의 사례뿐만 아니라 지주사 구조 개편을 앞둔 대기업 그룹 전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당장 해외 다른 국가와 같이 관련 규제를 없앨 수는 없다 해도, 규정한 지분을 낮추거나 예외 조항을 두는 방법으로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신무경 / 세종=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