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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문 KT 사장 “기가인터넷 100만 돌파, VR-IoT시대 고속도로 깐 것”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6.01.25

사무실 야전침대서 ‘100일 작전’ 지휘한 임헌문 K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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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가인터넷 가입자 100만 명 돌파는 KT가 국가 인프라에 선도적으로 투자한다는 자부심과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상징적 사건입니다.”

21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만난 임헌문 KT 사장(56)은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단기간에 100만 가입자 돌파가 가능하겠느냐’는 주변의 의구심을 그는 실적으로 불식시켰기 때문이다. 유선 인터넷의 속도가 1초에 1GB(기가바이트) 용량을 전송하는 기가인터넷은 종전의 초고속인터넷으로 불리는 100Mbps급보다 이론상 10배 이상 빠른 인터넷이다.

1987년에 KT에 입사해 26년간 근무하다 퇴직한 그는 한동안 충남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쳤다. 하지만 그는 2014년 황창규 회장이 이끄는 KT에 부사장으로 돌아왔다. 그해 KT는 2900억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보였고, 인적 구조조정을 할 때였다.

임 부사장은 ‘영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영업 현장에서 경쟁사와의 ‘백병전(白兵戰)’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실적을 쌓았던 것. 그는 “당초 기가인터넷 가입자 50만 명 확보가 지난해 상반기에 달성되자 황 회장께서 지난해 9월 중순에 갑자기 가입자 100만 명 확보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연휴를 빼면 연말까지 영업할 수 있는 날짜는 100여 일. 이른바 ‘100일 작전’이 시작됐다. 임 부사장은 사무실 한쪽에 야전침대를 구입해 놓고 일주일에 이틀은 집무실에서 자면서 총괄지휘를 하고, 사흘은 전국의 영업 현장을 뛰어다녔다. 그는 “입주자 대표회의의 양해를 받아 아파트와 상가 사이의 보도블록을 제거하고 망을 개설하기도 했고, 연결 케이블 망의 단자함에 있던 연탄 수백 장을 치우고 설치를 하는 등 영업팀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말 기가인터넷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그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100만 가입자 돌파는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던 직원들의 자신감도 회복시켰다. 임 사장은 “한 직원이 ‘KT의 현장은 불가사의한 조직이다. 목표가 정해지면 반드시 이뤄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이런 직원들과 무슨 일을 못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가인터넷 투자가 경쟁사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임 사장은 “과거 KT가 종합 디지털 통신망(ISDN)이나 초고속인터넷 망을 깔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개선된 인프라가 플랫폼과 콘텐츠의 발전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우선 기가인터넷 망이 깔리면 플랫폼 사업자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고용량의 콘텐츠도 공급된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트래픽이 큰 가상현실 서비스나 네트워크 기반의 자율주행 자동차 같은 새로운 산업분야가 탄생하려면 통신사들의 선제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KT는 기가인터넷에 선도적으로 투자해왔다. KT는 2014년에 기가인터넷 유선망에 1조2832억 원을 투자했다. 경쟁사인 SK텔레콤(6014억 원)이나 LG유플러스(7697억 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에도 3분기(7∼9월)까지 7188억 원을 쓴 KT는 2017년까지 모두 4조5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산업계와 학계는 이를 통한 생산유발 효과를 약 9조5000억 원, 고용창출 효과는 3만2000명 수준으로 추정한다. 임 사장은 “고용량의 동영상과 게임, 초고화질(UHD) 방송 등의 콘텐츠가 증가하고 사물인터넷(IoT) 같은 융합형 산업이 커질수록 속도가 빠른 기가인터넷은 점차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