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상-하위 임금격차 伊의 2배… 대기업 정규직에만 구직 몰려

작성자 : admin / 날짜 : 2015.07.21

[남유럽 닮아가는 한국 청년실업]‘사회불안-세대갈등 뇌관’ 해법은


 

올해 초 서울 시내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모 씨(26). 학점 4.0(만점 4.5)에 토익 점수는 900점, 재학 중 경영 동아리 활동을 했고 공모전 입상 경력도 있었다. 나름대로 취업을 위한 ‘스펙’을 충분히 갖췄다 생각한 그는 지난해부터 기업 80여 곳에 원서를 썼다. 그중 합격 통지서가 날아온 곳은 중견 유통업체 1곳뿐이었다.

성에 차지 않았지만 김 씨는 일단 입사를 택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더 좋은 기업에 취직할 기회를 모색해 보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석 달 만에 사표를 쓰고 말았다. 김 씨는 “선배들을 보면 첫 직장에 따라 인생 커리어가 어느 정도 결정되는 것 같았다”며 “이러다 마음에 안 드는 직장에 주저 앉아버릴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의 청년 일자리 문제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과 닮아가고 있다고 경고한 20일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노동시장 개혁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경고다.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는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와 정년 연장,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등 남유럽의 여러 나라가 안고 있던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리더십 부재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기업과 노조의 기득권 집착 등까지 겹쳐 ‘청년 고용절벽’이 조만간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남유럽과 닮아가는 한국의 노동시장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0.2%로 6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11.3%)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청년 실업자 수도 45만 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명 이상 늘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남유럽과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우선 대학졸업자 수는 크게 늘었는데 이들에게 돌아갈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해서 벌어지는 불일치가 심각하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실업률은 2005년 6.0%에서 지난해 9.3%로 높아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계약직 간 노동시장 양극화도 남유럽 국가 못지않다. 상위 10%의 임금을 하위 10%로 나눈 ‘임금 불평등 배율’은 한국이 4.7배로 스페인(3.1배), 이탈리아(2.3배)보다 높다. 이처럼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구직자들이 처음부터 연봉이 높은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만 원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청년층의 ‘자발적 실업’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서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기업들은 청년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국내 30대 그룹의 신규 채용 인원은 이미 2013년 14만4500명에서 2014년 13만 명, 올해 12만1800명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돼야”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난이 완전히 고착화되기 전에 정부가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청년 고용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진 것도 정부와 정치권,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이 노동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 입사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라며 “임금 격차를 줄이는 등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부양만으로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앞으로 저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청년 고용에 나서는 기업들에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업 교육 개선도 시급하다. 한국은행은 20일 펴낸 보고서에서 “독일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청년 고용률이 높은 것은 직업 훈련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노동시장에서 낙오하는 청년층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 정부는 이달 △청년 고용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중견기업 인턴·대기업 직업훈련 제도 도입 등을 담은 청년일자리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충남 천안시 한국기술교육대에서 열린 청년 고용 간담회에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교원,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 간호 인력 등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청년 채용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   ·신민기·김준일 기자

[출처:http://news.donga.com/3/all/20150721/726156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