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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정부 주도 첫 토론회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6.02.04

“방통융합 새 성장동력 창출” vs “고객 선택권 줄고 요금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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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과 방송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치열한 논리싸움이 벌어졌다. 이른바 ‘방통 융합’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이 생겨날 것이란 전망과 거대 사업자가 탄생해 소비자의 이익만 침해할 것이라는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3일 서울 중구 명동1가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국내 1위의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케이블방송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의 M&A에 대한 전문가 찬반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10월 SK텔레콤이 M&A를 발표한 이후 관련 토론회는 수차례 열렸지만 정부 주도로 토론회가 열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번 M&A가 방송과 통신사업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례적으로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을 짓겠다는 뜻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SK텔레콤과 경쟁사인 KT 및 LG유플러스가 추천한 각각 4명의 교수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이번 M&A가 통신과 방송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논의했다.

M&A를 찬성하는 측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고 국내 케이블업체들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만큼 통신과 방송의 융합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지난해 7월 M&A가 이뤄진 미국의 통신사인 AT&T와 위성방송인 디렉TV처럼 이미 해외에서는 방통 융합으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합병이 이뤄지면 SK텔레콤의 유료방송시장 가입자는 약 739만 명으로 기존의 1위인 KT(829만 명)에 근접해 경쟁이 이뤄지고 콘텐츠 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미디어학)는 “이번 M&A로 국내 자본이 케이블TV 산업에 투자돼 미디어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M&A는 전형적인 내수 기업 간의 합병으로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과는 무관하며, 해외에서도 방송과 통신기업의 결합이 모두 허용되지는 않는다는 반박도 나왔다. 실제 미국 최대 케이블 인터넷 망사업자인 컴캐스트와 종합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 케이블의 합병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반독점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대해 지난해 5월 무산됐다.

M&A 반대 측에서는 유료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등의 결합 상품으로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종민 국민대 교수(경제학)는 “M&A 이후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향후 결합 상품을 통해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에서 5.5% 이상 점유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줄어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요금 인상 우려가 크다면 합병 법인에 요금을 올리지 못하게 조건을 부과하거나 사후 규제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호영 한양대 교수(법학)는 “현행법에서 사업자가 M&A 이후 요금을 인상하는 것을 규제할 수 있지만 실제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는 만큼 M&A에 앞서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는지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SK텔레콤이 케이블방송 1위 사업자를 보유하면 일부 지역의 시장 집중도가 높아지고 자칫 여론을 좌우하는 지역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편 미래부는 이달 안에 한 차례 더 이번 M&A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