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6일 조회 공시를 통해 “이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합병 검토가 끝나는 대로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LG생명과학은 의약품과 정밀화학제품을 개발 및 생산, 판매하는 회사다. 2001년 전문성 강화를 위해 LG화학에서 분사했다. 합병이 성사돼 다시 한 회사가 되면 LG화학이 보유한 현금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설 수 있다. LG화학은 사업 분야를 기존 기초소재(석유화학), 전지, 정보전자소재, 농화학 등에서 의약품까지 확장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다.
○ 대규모 투자 필요한 바이오산업
두 회사가 흡수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LG생명과학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4505억 원.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10위권에 머물고 있다. LG생명과학은 매년 매출의 19%를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해왔다. 2009년부터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의약품 생산시설 건립에 2000억 원을 썼다. 투자금 일부를 외부 차입으로 조달하면서 차입금은 3483억 원(6월 기준)으로 늘었다.
제약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15년이 걸리고, 투자 금액은 2000억∼3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LG생명과학이 독자적으로 R&D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LG화학은 올해 기준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3조59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현금 유동성이 높아 신규 투자처를 발굴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LG화학은 올 4월 농자재전문기업 팜한농을 인수하면서 ‘그린 바이오(농화학)’산업에 진출한 만큼 LG생명과학을 합병하면 바이오산업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또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다른 사업 부문의 업황이 나빠졌을 때도 탄탄한 수익을 낼 수 있다.
○ 바이오산업 육성에 나선 국내외 기업
LG그룹 경영진은 삼성그룹이 신수종사업으로 바이오산업을 키우고 있는 데다 한미약품 등이 신약 개발에 성공해 대박을 터뜨린 가운데 ‘바이오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어 합병을 검토하기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회사 IMS는 전 세계 제약시장 규모가 2013년 1조 달러에서 2018년까지 매년 4∼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령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데에 따른 것이다.
선진국 화학기업들도 화학에 바이오를 접목시킨 ‘생명과학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20대 화학기업(2014년 매출 기준) 중 종합화학기업 8곳이 생명과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독일 바스프와 미국 다우케미칼, 일본 미쓰비시화학 등은 생명과학사업 매출 비중이 10∼20%에 이른다. 독일 바이엘은 매출에서 생명과학사업이 75%를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이 LG생명과학 합병으로 의약품까지 사업의 폭을 넓히게 되면 선진국형 포트폴리오를 갖춘 종합화학회사로 발돋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