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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 기초과학 산실 ‘IBS’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6.12.16

불가능하다던 ‘3차원 그래핀’도… 유전자 치료 열쇠도…
개원 5주년 우수 연구 성과 25선
 

#1. 불가능하다던 ‘3차원 그래핀’, 누가 합성?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듯한 ‘그래핀’. 높은 전기전도도와 열전도도 등 장점이 많아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과학자들은 그래핀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1990년대부터 ‘3차원 구조’로 합성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불가능한 실험이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이 난제는 (귀에 익은 이름인) 유룡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장 연구팀이 해결했다. 아주 작은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나노 구조체인 ‘제올라이트’의 표면에 탄소를 입히는 방식으로 3차원 그래핀을 합성했다. 이 연구는 올해 6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2. 유전자 치료의 열쇠 ‘드로셔 단백질 구조’는 누가 연구?

 김빛내리 IBS RNA 연구단장 연구팀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드로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규명했다. 드로셔 단백질은 발생, 성장, 노화 현상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miRNA)의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의 열쇠로 불린다. 김 단장이 이를 처음 발견한 것은 10년 전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자가 구조를 밝히려 했지만 실패했다. 김 단장 연구팀이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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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룡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장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합성에 성공한 ‘3차원 그래핀’의 구조(첫번째 사진). 틀 역할을 하는 제올라이트를 불산과 염산을 섞은 용액에 녹여내면 3차원 형상의 그래핀만 남는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이 두 장면은 IBS에서 개척한 연구 성과 중 일부다. IBS는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하기 위해 2011년 11월 개원했으며, 현재 26개 연구단을 운영한다. IBS는 5년간 이룬 성과 25개를 담은 ‘IBS 리서치 하이라이트&어낼리시스, 지식의 풍경’을 이달 말 발간한다고 15일 밝혔다. 연구의 배경, 실험 과정, 활용 가능성 등에 대해 알기 쉽게 정리했으며, IBS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이 보고서에는 비전문가가 봐도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많다.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 연구팀은 뇌 속 100조 개 시냅스의 조절 원리를 밝혀 정신작용 연구의 발판을 마련했다. 허원도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그룹리더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살아있는 생물 조직의 세포를 제어하는 광유전학 기술을 발전시켜 생쥐의 기억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염한웅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장 연구팀은 전자를 한 개씩 흘려보내는 인듐 원자선에서 새로운 전하수송체 ‘카이럴 솔리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저전력 소자기술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남창희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장 연구팀은 올해 2월 세계 최고 출력인 4PW(페타와트·1PW는 1000조 W)의 초강력 레이저 설비를 개발해 고에너지 물리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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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BS의 보고서에는 톰슨로이터의 IBS 연구성과 분석 결과도 실렸다. IBS는 해외 유수 연구기관에 비해 논문 수는 적었지만 논문당 인용 수를 주제 분야, 출판 연도, 논문 종류에 대해 표준화한 인용영향력지수(CNCI)와 피인용 상위 1% 논문의 비중 등에서 독일 막스플랑크협회(MPG)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를 앞서는 등 연구의 질적 수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김두철 IBS 원장은 “젊은 연구자들이 활발히 참여해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연구소로 만들어 대한민국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지식의 허브로 성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