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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를 모바일 속으로”… 앱 글씨 키우고 화면 편하게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7.01.10

금융권에도 ‘중고령층 모시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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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 씨(60) 친구들은 요즘 식사 모임이 끝나도 회비를 바로 걷지 않는다. 각자 스마트폰을 꺼내 모바일뱅킹으로 송금하기 때문이다. 김 씨가 이용하는 은행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 최근 큰 글씨 기능이 추가돼 읽기도 한결 쉬워졌다. 그는 “글씨가 커져 나이든 사람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스마트폰으로 금융 거래를 자주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노풍(老風)’이 일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늘어난 중장년층은 모바일뱅킹에서 더 이상 배려의 대상이나 소수 약자로만 볼 수 없다. 은행들이 맞춤 모바일 서비스를 확대할 정도로 주류 고객이 되고 있다. 일본 등 선진국에서 나타난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제품과 서비스가 시니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 바람이 국내 금융권에 불기 시작한 것이다.  

○ 모바일뱅킹도 ‘시니어 모시기’ 경쟁  

 4일 신한은행은 50대 이상 고객을 위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미래설계 포유(for you)’를 내놨다. 기존 모바일뱅킹 앱보다 글씨체가 크고 화면도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금융서비스 외에 여행, 건강, 일자리 등 시니어들이 좋아할 만한 중고령자 특화 정보도 한데 묶어 제공한다. 시니어를 위한 ‘라이프 플랫폼’을 표방한 서비스다. 

 KB국민은행도 2일 기존 모바일뱅킹에 시니어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골든라이프뱅킹’ 플랫폼을 선보였다. 큰 글씨 화면에서 계좌조회, 이체 등을 할 수 있다. 시니어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 쇼핑, 금융상품 정보도 역시 볼 수 있다.   


 은행들은 스마트폰을 쓰는 시니어 시장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서비스의 축을 영업점에서 모바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50대 이상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아야 할 필요도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모바일뱅킹에 ‘큰 글 송금’과 ‘경조금 보내기’ 서비스를 추가해 시니어 고객 유치에 나선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시니어를 위한 모바일 특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시니어 시프트는 전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4가지 파괴적 트렌드의 하나로 ‘고령화의 역설’을 꼽고 시니어 세대의 증가로 나타나는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케팅, 상품, 서비스를 노인 세대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 고령 자산가에서 전체 시니어로 저변 확대  

 실제로 국내 시니어 세대는 20, 30대보다 평균 자산이 많고 인구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령별 가구주의 평균 자산은 50대(4억4302만 원)와 60대 이상(3억6648만 원)이 가장 많았다. 금융자산도 50대가 평균으로 9389만 원으로 30대(5050만 원)의 두 배에 가까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고령자 관련 시장 규모(금융업 제외)가 2012년 27조 원에서 연평균 13%씩 성장해 2020년 78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은행들은 영업 전략을 일부 고령층 자산가에서 전체 시니어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중고령층 인구 증가와 은퇴 이후 연금 생활자 비중 확대 등의 인구 구조 변화에 대비해 전담 조직도 만들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시니어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골든라이프부’를 신설했다. 신한은행은 ‘신한미래설계’라는 이름으로 은퇴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웰리치100 은퇴설계 솔루션’과 ‘원큐(1Q)은퇴설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금융권의 시니어 시프트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년실업 등으로 젊은 세대의 자산 형성이 어려워지는 환경도 이 같은 추세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은행들이 고객 저변을 시니어층으로 확대하고 은퇴 전후 세대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퇴를 앞둔 50대들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신세대 시니어’이기 때문에 은행들의 모바일을 이용한 시니어 시장 공략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