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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로 걸러내기 어려워 자소서-면접 강화”…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방침에 인사담당자들 고민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7.07.07

인성-능력 평가 면접 시간 늘리고 공정성 시비 줄이는 묘안 강구

“입사지원서에 성별 표시도 못하게 됐으니 남성 지원자라면 자기소개에 군대 경험을 쓰면 안 된다고 해야 하나요.” 

정부가 당장 이달부터 공기업 및 공공기관 채용에 블라인드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인사 담당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서류 심사를 통한 구직신청자 선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뾰족한 보완책이 없어서다.  

6일 정부와 주요 공기업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7∼12월)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 332곳과 149개 지방공기업의 채용 예상 인원은 1만 명 정도다.

문제는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는 곳이 적잖다는 점이다. 하반기에 700명가량을 채용할 예정인 에너지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예년 수준으로 구직을 신청한다면 7만 명 이상의 서류를 받게 되는 셈”이라며 “이를 일정 수준으로 줄여야 시험 등 다음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자기소개서 문항이 늘어나거나 질문이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졸업 학교나 전공을 기재할 수 없게 되면서 지원자들이 제출하는 자격증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사관리처 차장은 “직무 연관성이 높은 자격증 보유나 관련 교육을 수강했는지 등을 더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직무능력 중심 채용 시스템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제도의 커트라인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등 필기시험 비중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 있다.
 


최종 단계인 면접의 문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필요한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면접을 예전보다 더욱 깊이 있게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면접 비중이 높아진 만큼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현빈 한국전력 인사처장은 “외모나 옷차림으로 인한 선입견까지 피하기 위해 캐주얼 복장으로 면접을 진행하거나, 아예 면접용 티셔츠를 제공하는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세종=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