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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전문직 선호현상…공대생도 약대로 ‘우르르’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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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8학년도 PEET 지원전공별 비교(종로학원하늘교육)© News1


#서울의 한 사립대 공학계열학과 2학년을 마친 정모씨(22)는 학교를 휴학한 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서초구의 한 약학대학 입시전문 학원에 다니고 있다. 다음 달 치러지는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준비하기 위해 하루 8시간씩 온오프라인 강의를 듣고 6~7시간씩 자습한다.

정씨는 “PEET를 치르는데 좀 더 유리한 자연대(화학, 생명과학)를 나온 것도 아니고 만만찮은 학원비도 부담이 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미래가 선택의 계기가 됐다. 그는 “인문계열 학생들보다는 덜 하겠지만 현재 공학계열 취업난도 만만치 않고 막상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이 경쟁에 찌든 모습을 볼 때마다 막막하고 불안했다”면서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려면 안정적인 직업, 즉 자격증 있는 전문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대생들의 ‘약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7일 한국약학교육협의회와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지난 4일 마감된 2018학년도 PEET 경쟁률은 9.6대 1로 지난해(9.6대 1)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접수자도 1만6192명으로 지난해(1만6272명)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많았다.

PEET 출제과목과 연계된 지식을 배워 많이 지원하는 생물학(4031명)이나 화학(3352명) 전공자 수를 뛰어넘었다. 올해 응시한 공학 전공자는 4419명으로 지원 전공분야 중 가장 많았다. 또 공학 전공자 응시는 최근 3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최근 공학계열 학생들의 취업난도 가속화하면서 약사와 같은 전문직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PEET는 전국 35개 약대에 진학하기 위해 필수로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전공과 상관없이 대학 2학년 이상을 수료하면 PEET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PEET는 네 과목(일반화학추론·유기화학추론·물리추론·생물추론)을 치르는데 학습범위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과목당 교재 페이지 수가 2000쪽을 넘는다.

약대는 현재 6년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다른 대학 혹은 다른 학부에서 2년을 마치고 약대에 입학해 나머지 4년을 채우는 방식이다. 약대를 수료한 뒤에는 약사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공계열 학생들의 약대 지원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전국 약대들을 중심으로 학제개편 논의도 불붙고 있다. 학부 2학년 이상 수료자가 아닌 고졸자로 신입생을 선발하자는 방안이다. 자격증에 목적을 둔 학생들이 몰리다 보니 약학분야 연구개발 인력양성에 애를 먹는다는 이유다.

인력유출에 고민했던 이공계열 교수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는 지난달 19일 현행 약대학제가 기초과학분야의 교육을 황폐화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많은 학생, 직장인들이 취업시장 한파를 직·간접적으로 겪고 있기 때문에 학제개편과 같은 제도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당분간 이공계열 학생의 약대 쏠림현상과 유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