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명절 스트레스에 박탈감까지…추석 황금연휴가 반갑지 않은 사람들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7.09.07

주부들 “명절은 휴식 아냐…벌써부터 눈에 다크서클”
“해외여행? 먼나라 이야기…SNS 계정 닫아놓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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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석을 앞둔 10월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최장 10일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해졌다. 추석연휴 기간에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항공권은 이미 동이 났다고 언론은 보도한다. 그러나 길어진 휴일만큼 늘어날 명절 스트레스를 걱정하는 주부나 연휴와 상관없이 일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근로자도 많다.

5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10월2일 임시공휴일 지정안’을 의결하면서 토요일인 9월30일부터 10월의 두번째 월요일이자 한글날인 9일까지 최장 열흘간의 ‘황금연휴’가 가능하게 됐다. 임시공휴일 지정에는 추석명절(10월4일)을 맞이해 국민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 일과 삶, 가정과 직장생활의 조화를 누리게 하자는 취지가 깔려있다.

하지만 명절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정부의 이같은 설명에 공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주부나 취업준비생, 시험을 앞둔 중·고등학생의 경우가 그렇다.

용인에 거주하는 주부 윤모씨(35·여)는 황금연휴에 대해 “누구를 위한 임시공휴일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정부의 발표 내용과 달리, 주부에게 명절은 휴식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윤씨는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가자니 시댁 눈치가 보여 그럴 수도 없다”며 “명절에 삼시세끼할 생각에 벌써부터 다크서클이 생기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주부 김모씨(32·여)도 “명절 때 항상 뼈 빠지게 일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연휴가 길어봤자 고생만 늘어난다”며 “황금연휴라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졸업 후 대학연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현민씨(26)는 “연휴가 길어져 3박4일로 제주도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취준생 신분이라 눈치가 보인다”며 “연휴 때 연구실도 문닫기 때문에 딱히 갈 곳도 없다. (부모님께) 감사하기는 하지만 불효자가 된 것 같아 복잡한 심경”이라고 전했다.

학교 중간고사가 예정된 중·고교생의 경우도 길고 긴 연휴가 달갑지 않다. 천안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우모군(17)은 “연휴가 끝나자 마자 수요일(11일)부터 3일간 중간고사”라며 “연휴 때 공부를 틈틈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자주 가는 도서관이 문닫아 어디서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이모양(16)은 “연휴 때문에 시험일정이 늦춰져 2주의 준비시간은 있다”며 “그래도 학원에서 추석에도 나오라고 불러서 이틀밖에 못 쉴 것 같다”고 했다.  

자영업자 가운데는 매출에 도움 안 되는 연휴가 열흘로 늘어나 골머리를 앓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 양천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신모씨(55·여)는 “명절 때는 서울에 사람도 적고 명절 음식을 먹기 때문에 매출이 준다”며 “여기에 임시공휴일까지 끼는 바람에 10월 장사는 그른 것 같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신씨는 “어차피 장사 안될 바에 차라리 4~5일 정도 문 닫을까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명절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직업군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직장인들이 열흘 동안 쉬면서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이들은 근무공간에 붙잡혀 있어야 한다.  

전직원이 10명 남짓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박모씨(27·여)는 “연휴 때 당직근무할 것 생각하면 고향에 잠깐 다녀오는 것도 벅찰 것 같다”며 “부모님은 연휴도 길어졌으니까 (딸이) 오래 있다 가겠지라고 기대하는 눈치인데 그렇지 못할 것 같아 죄송하다”고 침울해 했다. 

이어 박씨는 “친구는 연휴에 휴가까지 붙여 유럽에 간다고 해서 엄청 부러웠다”며 “연휴 때 놀러 간 친구 사진을 SNS서 보면 울적한 것 같아 계정을 닫아둬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택시기사로 5년째 일하고 있다는 안가람씨(65)는 “남들처럼 쉬고 싶기도 한데, 돈 몇 푼이라도 벌려면 추석에도 일해야 하지 않겠냐”며 “(연휴 때) 서울거리에 택시만 넘쳐날까 걱정되긴 한다”고 웃어보였다.

소규모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전모씨(29)는 “혹시 몰라 연휴 때 라오스로 배낭여행을 가려고 항공편을 알아봤는데 벌써 80만~90만원대더라”며 “가격이 너무 부담되고, 중간에 근무도 겹칠 것 같아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