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취업 막막하던 대안학교생, 길이 보이네요”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4.04

서울시 ‘학교밖 청소년 인턴십’ 
3개월간 진로활동 지도… 업체들과 연계해 실무형 교육 
교통비-학습비 등 月30만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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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간식 아이디어 냈어요”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반려동물용품점 ‘로렌츠’에서 인턴십을 하는 여인서 양(왼쪽)과 박정민 군이 자신들의 제품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다. 박 군이 양손에 들고 있는 것은 반려동물 간식용으로 실험하는 말린 고구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반려동물용품점 ‘로렌츠’에서 나오는 여인서 양(18)의 노트북 컴퓨터에는 일주일간 만든 기획안이 들어있었다. 이날은 로렌츠로 출근한 지 일주일째로 사장에게 기획안 초안을 보여줬다.

올 2월 대안학교 졸업을 앞두고 여 양은 대학을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럼 졸업하고 뭘 하지’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기타 치며 노래 부르기, 여성 인권 활동 등에 관심 있지만 자립할 수 있는 직업이 될지는 자신이 없었다.

그때 친구가 추천한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 인턴십 사업’에 신청했다. 2015년 5월 길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 ‘라떼’를 데려와 키우던 여 양의 눈에 인턴십 관련 업체 40여 곳 가운데 로렌츠가 들어왔다. 반려동물 간식을 직접 만들어 새로운 반려동물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는 스타트업 로렌츠는 ‘일해 보고 싶은 직장’으로 다가왔다.

여 양의 인턴십 기간은 석 달로 6월까지다. 일주일에 사흘, 화·목요일은 오전 10시 반∼오후 4시, 일요일은 오후 9시까지 일한다. 한 달에 한 번 여는 워크숍을 기획하고 준비한다.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연친화적 장난감이나 간식을 소개하는 워크숍이다. 여 양은 반려동물의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배치플라워 만들기’를 기획했다. 배치플라워는 스트레스 완화 효능을 가진 식물즙을 물에 희석해 만드는 에센스로 아로마세러피의 일종이다. 대안학교 선생님에게서 소개받은 수의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디어를 내고 재료비와 간식비 등을 산정해 예산도 책정했다.

여 양과 함께 로렌츠에서 인턴을 하는 친구 박정민 군(19)은 수제 간식을 개발한다. 채 썬 고구마를 하나는 그대로, 다른 하나는 쪄서 말려 봤다. 건조기에서 섭씨 45도로 12시간, 70도로 7∼9시간 등 온도와 시간도 달리해 봤다. “찌지 않고 생으로 말려도 식감이나 질감이 괜찮은지 테스트해 봤는데 실패네요. 너무 딱딱해요.” 박 군은 별다른 디자인 없이 건조 상태로 나오는 간식들에 뼈다귀나 닭다리 같은 모양을 넣어 상품성을 더해볼 생각이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대안학교 재학생 등 정규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진로 활동을 돕기 위해 ‘학교 밖 청소년 인턴십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학교 밖 청소년 122명이 사업장 88곳에서 인턴십 활동을 했다. 올해 지원하는 학생은 약 100명. 기존 약 30명에서 대폭 늘렸다. 인턴십은 연 2회로 상반기 인턴십이 끝나는 6월 말 하반기 인턴십 대상자 약 50명을 모집한다.

인턴십 대상자가 되면 교통비 식비 학습비 등으로 월 30만 원을 받는다. 올 상반기에 선정된 학생 50명은 지난달 말 제과점, 레스토랑, 전통매듭 장신구 공방과 자전거 수리, 오토바이 정비 같은 기계정비 분야 등 사업장 40여 곳에서 인턴십을 시작했다. 이들은 그날 한 일과 감상 등 활동일지를 쓴다. 이를 바탕으로 참가자 만족도를 조사하고 11월 인턴십 발표회에서 우수 활동자를 선정한다.

시 평생교육국 청소년정책과 석상우 주무관은 “대안학교뿐 아니라 어디에도 다니지 않는 취약계층 청소년도 진로를 찾을 수 있도록 인턴십 대상자를 넓혔다”며 “청소년 수요 조사를 통해 사업장 역시 다양하게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와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 홈페이지(www.kdream.or.kr) 참조.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