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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경제] 취업준비 3년간, 안해본 일 없는데…지원제도 있었다고?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4.12


경북 구미시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수형 씨(33)는 대학 졸업 후 교정직 공무원 시험을 3년간 준비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보험설계사, 이동트럭 장사 등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김 씨는 “직업훈련을 해주고 지원금도 주는 제도가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고생을 좀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잡코리아와 공동으로 지난달 20일부터 7일 동안 34세 미만 구직자와 직장인 12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청년 10명 중 4명 꼴(38.3%)은 일자리 정책을 전혀 몰랐다. 그 이유로 주로 홍보 부족 문제(73.5%)를 꼽았다. 

●‘창농’ 하고 싶어도 몰라서 못하는 현실 

청년들의 이 같은 반응은 대책을 내을놓 때만 반짝 홍보할 뿐 이후에는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는 지 도통 모르겠다는 하소연이다.  

현재 정부는 정부 공식 사이트인 워크넷과 부처별 홈페이지에 정책을 올리는 것과 더불어 각종 간담회를 여는 식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청년들 스스로 필요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부가 정책 개발에 비해 기존 정책을 안내하는데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 대책 보고대회’에서도 정책홍보가 문제로 지적됐다. 농업기업을 설립한 김지용 그린로드 대표(34)는 “‘창농’을 하고 싶어도 어떤 정책이 있는지 몰라서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홍보에 나서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년의 언어로 소통해달라’ 

“내일배움카드제는 제가 쓴 카드비를 내주겠다는 소리인가요?”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1학년 김유송 씨·19) 


취재팀이 대학생 독서토론 동아리 ‘한앎’ 회원 12명에게 청년고용정책 23가지를 보여주니 청년들은 대체로 “알쏭달쏭하다”고 했다. 한눈에 보고 알 수 있는 명칭이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학생들은 중소기업 근로자의 훈련정책인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이나 스펙을 배제한 채용제도인 ‘NCS 기반 능력중심 채용제도’ 등은 전혀 와닿치 않는 외계어 같다고 지적했다. 김수영 씨(20·계원예대 디지털미디어디자인과 1학년)는 “국가기간, 전략산업 등 공문서에나 들어갈 법한 단어가 많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무엇보다 입소문이 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소 유치해도 청년들의 정서에 쉽게 다가가는, 이른바 ‘B급 감성’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은 씨(27·여)는 “소비자들 스스로 입소문을 퍼지케 하는 ‘버즈마케팅’이 요즘 젊은이에게 친숙하다”고 말했다. 고리타분한 관료의 언어가 아닌 젊은이의 언어로 소통해달라는 주문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요자가 쉽게 다가서게 해야 정책의 효과가 높아지는 만큼 정책 명칭부터 직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내 일자리센터 모두에게 개방해야 

청년들은 정부가 ‘정책을 파는 기업’이라는 마인드로 정책 마케팅에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청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취업 정보 공유 사이트를 통한 홍보 방안을 아이디어로 내놓았다. 조효정 씨(27·여)는 “장관이 여러 번 나와서 설명하는 것보다 청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를 통해 홍보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봤다.

 

취업정보공간인 대학창조일자리센터는 중요한 소통창구지만 현재 61개 대학에만 있다. 전국 전문대학과 대학교가 339개에 이르는 점을 안하면 취업 서비스가 일부에만 편중돼 있는 셈이다. 취준생 권모 씨(25)는 “대학일자리센터의 문턱을 낮추고 대학 간 연계를 강화해 다른 대학 학생들도 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신뢰하는 대학 커뮤니티를 통한 홍보도 필요하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부가 청년들의 눈높이를 못 맞췄다”면서 “실효성이 높아 보이는 제안을 즉각 현장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