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값만 싼 공유주택? 안전하고 함께 사는 재미 쏠쏠”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9.02.06
은평구 ‘민달팽이조합’ 주택 가보니
1인실 月34만원, 2인실 月28만원… 매달 반상회 열어 갈등 등 조율
“서로 비슷한 고민 나누며 위로받아… 혼자 살 때 느끼던 불안감도 사라져”
서울시, 사회주택 공급 확대 추진… 올 예산 작년의 4.8배 900억 규모
지난달 하순 찾은 서울 은평구 지하철 3호선 녹번역 인근 2층짜리 단독주택. 마당을 지나 현관문을 열자 좌측에 커다란 식탁이 보였다. 식탁 옆 벽에는 ‘2019년 1월 청소구역’이란 제목의 쪽지가 붙어 있다. 쪽지에는 분리수거 부엌 세탁실 등으로 구분돼 그 옆에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여기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운영하는 5호 공유주택이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비영리 주택 공급을 목표로 공유주택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곳 5호 공유주택에는 여성 6명, 남성 2명이 함께 산다. 식탁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반상회가 열린다. 생활공간을 공유하며 발생하는 갈등을 비롯해 논의하는 주제는 다양하다. 컵을 사용하고 나서 아무 데나 놔두는 일이 빈번하자 반상회에서 컵 아래 각자 이름을 새겨놓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이곳에 들어온 박찬미 씨(28·여)는 “입주하기 전에 ‘특이한 생활습관이 뭔지’, ‘갈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 건지’ 등의 질문을 받으면서 타인과 함께 살려면 배려가 필수라는 걸 느끼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5호 공유주택 임차료는 1인실 월 34만 원, 2인실은 28만 원 또는 32만 원이다. 입주자들은 월 임차료의 2.5배를 보증금으로 낸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주거비가 공유주택을 택한 중요한 이유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2년째 거주하는 김혜민 씨(33·여)는 “혼자 원룸에 살았을 때 퍽치기를 당한 이후 집에 있어도 늘 불안했다. 공유주택에 들어와서 훨씬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임소라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이사장은 “공동체 관계를 맺음으로써 청년들의 사회적 안전망을 높이는 것이 공유주택의 중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정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청년 주거문제 해결책으로 값싼 주택을 많이 짓는 것만 생각하는데 그야말로 공급자 위주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주거 안전 개선 등 그 밖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유주택에 사는 것을 젊은이의 ‘겉멋’으로 치부하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족과는 같이 못 살면서 생판 모르는 사람과는 살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기성세대의 거부감도 그중 하나다. 한효주 씨(29·여)는 “집에서는 내 고민이 곧 가족의 고민이 되는 게 싫었고 학교처럼 원래 몸담고 있던 곳에서는 내 약점을 드러내기 싫었다”며 “공유주택에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과 얘기하며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공유주택이 저렴한 주거비는 물론 여러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 공유주택을 비롯한 사회주택 공급 확대에 나섰다. 사회주택은 주변 시세의 80% 이하 임차료로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으로 공용공간을 주택 면적의 최대 30%까지 둘 수 있다. 공용공간에 따라 욕실과 부엌을 함께 쓰는 공유주택부터 다가구주택까지 다양하다. 서울시는 2015년 1월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