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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라”… ‘기업시민’ 의미 키우는 포스코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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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삶도 존중하라.” 

“작은 성과도 적극적으로 인정하라.” 

지난달 포스코인재창조원은 포스코그룹 임직원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밀레니얼 세대 소통 가이드’를 나눠 줬다. 1980년대 이후에 태어나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의 직원들이 점차 늘자 기존과 다른 새로운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포스코가 이례적으로 세대 간 소통을 위한 가이드까지 만들어 배포한 것은 이 밀레니얼 세대가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어 조직관리상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창립 50돌을 맞았던 포스코의 기본 가치는 철강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제철보국’과 실패하면 바다에 뛰어들 각오로 일한다는 이른바 ‘우향우 정신’으로 요약된다. 나 자신보다는 조직과 국가를 중요시하는 일종의 희생정신이 핵심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가치에 쉽사리 공감하지는 않는다는 게 포스코의 고민이다.

포스코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직원의 비율이 현재 35%에서 5년 뒤에는 60%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리적이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만 집단의식과 희생정신은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이 직원들과 기존 직원들이 원활하게 소통하는 일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지난달 28일 인천 연수구 포스코인재창조원에서 열린 신입사원 입문교육 수료식에서 “여러분은 밀레니얼 세대다. 여러분이 곧 조직에 들어오는 만큼 회사는 밀레니얼 세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1월 말 그룹 전체 운영 회의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들과의 소통, 공감, 배려의 코칭을 배워 나가는 것이 결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기업보다 앞서 제작된 소통 가이드는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밀레니얼 세대 직원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내 매체에도 ‘밀레니얼 세대가 온다’는 제목의 칼럼 연재가 시작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세대 간의 원활한 소통이 순식간에 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지만 회사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 자체로도 큰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사회적 이슈이기도 한 세대 간 소통을 기업의 주요 과제로 제시하면서 지난해 7월 취임 때 제시한 ‘기업시민’의 의미도 분명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개념을 ‘베푼다’에서 ‘함께한다’로 바꾼 것을 포함해서 ‘더불어, 함께 발전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기업 내부 문화에서도 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기업시민이라는 가치를 앞세우고 있는 포스코는 3일부터는 온라인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기업시민 러브레터’의 두 번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3개월 동안 진행했던 첫 프로젝트는 포스코의 100대 개혁 과제 발굴을 위한 것이었다. 반면에 이번 주제는 개별 기업과는 무관해 보이는 저출산과 청년실업 문제다.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지만 합숙을 통해 청년 구직자의 취업 경쟁력을 길러주는 ‘기업 실무형 취업교육’을 직접 운영하는 것처럼 기업이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을 공모를 통해 찾으면서 고민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포스코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업을 영위한다는 게 수익 창출이라는 기반 위에서 사회의 깨어 있는 일원으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기업의 의미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