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구두 1주일에 몇번 닦죠?” 왜 구직자에 묻나했더니…

작성자 : admin / 날짜 : 2014.12.17



 


“일주일에 몇 번 구두를 닦습니까.”



“몸이 아프면 얼마나 참았다가 병원에 갑니까.”

9월 한국투자증권 채용에 지원한 김모 씨(27)는 인터넷으로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격증 경력 등 서류전형 항목을 채워 넣고 자기소개서를 쓴 뒤 완료버튼을 눌렀더니 갑자기 5지선다형 125문항의 설문지가 떴다. 김 씨는 “정답이 따로 없는 평소 생활습관에 관한 질문이었다”며 “도대체 왜 이런 걸 묻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가 무심코 답을 고른 설문지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일 잘하는 임직원들이 어떤 공통점을 갖고 있는지를 추려낸 뒤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이를 활용하고 있다. 입사지원자들로부터 생활습관에 대한 설문을 받아 일 잘하는 직원들의 특징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비교해 채용 과정에 반영한다. 한투증권은 지난해부터 이런 독특한 ‘채용실험’을 하고 있다.


사소한 생활습관을 묻는 ‘바이오데이터’ 설문은 ‘좋은’ 인재보다 회사와 궁합이 ‘맞는’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에서 시작됐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신입사원 1명을 채용하면 연봉과 교육비용 등으로 연 1억 원을 투자한다”며 “우수한 인재라고 채용했는데 1, 2년 만에 그만두면 회사도, 직원도 모두 손해”라고 말했다. 이런 취지에 따라 한투증권은 일 잘하는 임직원들의 평소 생활습관을 조사하기로 했다. 본사영업, 지점영업, 리서치, 정보기술(IT) 등 직군별로 임원과 성과우수자를 인터뷰했다. 400∼500개 문항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이들의 공통점을 간추린 뒤 이를 중간 정도의 성과를 보인 직원들의 특징들과 비교해 차이점을 찾아냈다. 한투증권 측은 여러 차례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설문 문항을 125개로 줄였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런 식이다. ‘외출 준비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학창 시절 일주일에 쇼핑을 평균 몇 차례 했나’ ‘가족과 1년에 몇 번 여행을 가는가’ ‘고민이 있으면 누구와 먼저 상담을 하는가’ 등이다. ‘정답’은 뭘까. 신현성 한국투자증권 인사부장은 “매년 문제가 바뀌고, 일부 문항만 골라 분석에 활용하기 때문에 답을 알아봐야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입사지원자들이 제출한 답변은 3, 4년 차 사원, 대리 등 비슷한 세대 우수 직원들의 특징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비교한다. 스펙 등이 미흡해 옛 기준으론 서류전형에서 탈락할 지원자라도 ‘바이오데이터’ 성적이 높으면 면접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렇다고 ‘바이오데이터’ 성적이 낮다고 탈락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참고자료로만 활용할 뿐이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바이오데이터 성적이 높은 신입사원이 실제 우수한 성과를 내는지 검증하려면 적어도 4, 5년의 시간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은 참고만 할 뿐”이라며 “회사에서 오래 일하며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뽑기 위해 제도를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41216/685819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