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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실패 99%는 ‘이것’때문…‘1세대 벤처’ 이택경 대표의 ‘運7 팀3’ 論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9.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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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벤처 신규 투자액(3조 원)과 신설 법인 수(10만 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4년간 12조 원 투자를 약속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1세대 벤처기업 붐이 일었던 1990년대 후반과 비슷한 상황이다. ‘버블 붕괴’로 끝났던 당시와 닮지 않기 위해,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들을 양성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동아일보는 국내 스타트업 대표들과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을 릴레이 인터뷰한다. 창업은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지만 완주에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페이스를 조절해줄 경험자가 같이 뛴다면 완주는 물론이고 좋은 기록도 낼 수 있다. 창업을 꿈꾸지만 마땅한 페이스메이커를 찾기 어려운 미래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이번 인터뷰를 통해 스타트업 성공의 단서를 엿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

국내 창업 환경이 황무지나 다름없던 1995년 2월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49)는 연세대 선배인 이재웅 쏘카 대표 등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공동 창업했다. 국내 최초 무료 웹메일인 ‘한메일’(1997년)과 PC통신 동호회를 웹으로 옮긴 ‘다음 카페’(1999년) 등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포털 다음은 성공 가도를 걸었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다음을 이끌던 이택경 대표는 2008년 퇴사 후 벤처 투자가로 전향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후배 개발자들을 돕고 싶어서였다. 2010년 권도균(이니시스 창업자), 장병규 씨(네오위즈 창업자) 등과 국내 첫 액셀러레이터(벤처육성기업)인 프라이머를 설립한 데 이어 2013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스타트업 투자사 매쉬업엔젤스를 창업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매쉬업엔젤스 사무실에서 벤처 1세대 출신 투자가가 바라보는 ‘스타트업 성공의 조건’을 들었다.


● 창업 성공 관건은 돈보다 무형의 조력


그를 찾아오는 창업 지망생들은 두 가지 체크리스트를 점검받는다. 창업하려는 진짜 이유와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 대표는 “창업은 모든 걸 준비해도 운까지 맞아야 성공할까 말까다. 중요한 건 기발함이라기보다 간절함과 끈기인데 창업 의지나 동기가 전보다 약해진 느낌이라 아쉽다”고 했다. 예전보다 풍성해진 창업 인프라와 정부 지원금이 창업 저변을 넓히는 데는 확실히 기여하고 있지만 간절함 없이 ‘돈을 벌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진 창업가들을 부추기는 부작용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한 경영학도 출신의 창업가를 모범사례로 들었다. 사람과 대화하는 감성형 인공지능(AI) 관련 창업을 준비하던 이 창업가는 머신러닝(반복적인 기계 학습)을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이 정도의 집념과 자기투자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실제 창업과 스타트업 경영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며 “어설픈 준비만으로 잘 다니던 직장을 무작정 퇴사했다가는 ‘상상 이상의 고난’을 만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로 비즈니스 모델에 매몰돼 고객의 니즈를 ‘발명’하는 것을 꼽았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자신의 비즈니스가 정말 고객이 원하는 것인지 검증하지 않고 그저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적절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창업 코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전보다 초기 투자가 많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면 사후관리(투자후 지원)가 부족하다.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조언이나 인재 및 네트워크 연결 등 ‘무형의 조력’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창업가의 자질로 문제해결 능력과 실행력을 꼽았다. 경영학 지식보다는 교과서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돌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판단력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또 비즈니스 모델을 잘 만드는 것보다 실행을 통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 “개인기보다 팀워크 좋은 팀이 창업 성공”

이 대표가 스타트업 페이스메이커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점은 ‘팀 빌딩’이다. “능력자들로만 구성된 어벤저스팀은 깨질 확률이 99%다. 선수 개인기가 뛰어난 남미 축구팀보다 팀워크가 잘 짜인 유럽 축구팀이 창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꼽은 팀워크의 정석 업체는 명함관리 앱인 ‘리멤버’를 만든 스타트업 드라마앤컴퍼니였다. “경쟁업체들이 명함 정보를 인공지능으로 처리하려 할 때 수작업으로 입력하겠다는 역발상도 신선했지만 초기 멤버들이 이전에 호흡을 맞춰본 경험자들로 구성돼 있어 마케팅, 전략, 개발이 수월하게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또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선 꾸준한 네트워크 관리가 필요하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관련 행사 등에 최대한 발품을 팔고 기웃거리는 게 네트워크 구축의 출발”이라고 했다. 창업 후에는 동료 스타트업들끼리 교류하며 배우는 ‘피어 러닝’을 추천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성공은 ‘운칠팀삼’(운이 7, 팀이 3)에 달렸다”면서 “창업에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좋은 팀을 만들어 운에 맞서 보라”고 주문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