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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속 ‘먹고사니즘’[현장에서/김예윤]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9.07.09


홍콩 반중 시위대가 7일 침사추이역 근처에서 행진하고 있다. 아이반 칸 씨 제공
“홍콩 젊은이들은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산다. 단순한 이유다. 단지 청년들 힘으로 집을 사거나 빌리기에 너무 비싸서다.”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반대하는 홍콩의 반중 시위대가 홍콩섬 밖에서도 시위를 시작한 첫날인 7일(현지 시간). 지난달부터 네 번째 시위에 참여한 건축설계사 앨런 씨(32)는 “홍콩의 집값은 치솟는데 청년들이 받는 월급은 오랫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제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기자는 7, 8일 양일간 시위 주역인 홍콩 2030 청년들과 텔레그램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미래에 대한 어떤 불안이 그들을 거리로 불러낸 것일까.

이번 시위의 계기였던 송환법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나온 얘기는 홍콩이 정치적 위험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권이나 민주주의 같은 정치적 이념이 전부는 아니었다.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는 아이반 칸 씨(27)는 “중국 본토 부자들이 홍콩의 많은 집을 사들여 홍콩의 집값이 올라가고 있다. 본토를 증오(hate)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칸 씨는 또 “송환법이 통과되면 많은 외국 기업이 홍콩을 빠져나가 ‘아시아 최대 금융 중심지’라는 위치를 잃을 것”이라며 “홍콩이 중국 같은 폐쇄적 국가로 취급되면 해외에서 홍콩과 맺은 관세 우대 정책 등을 폐지할지 모른다. 벌써 미국이 ‘미-홍콩 정책법(US-Hongkong Policy Act)’ 취소를 경고했다”고 우려했다.

이 법안은 1992년 미국 달러와 홍콩달러의 자유로운 교환 등 미국이 홍콩에 중국과 차별화된 경제 특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핵심 전제조건은 명확한 일국양제(一國兩制) 유지다. 이 법에는 “홍콩이 충분히 자치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하면 대통령은 특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폐지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에 따르면 지난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송환법이 통과되면 더 이상 홍콩이 미국의 무역 우대 자격에 해당하는 ‘충분한 자치’를 누린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호펑 헝 존스홉킨스대 교수(정치경제학) 역시 “실질적인 위협은 홍콩이 미국으로부터 누려왔던 우대 자격을 잃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환법이 홍콩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젊은이들을 광장으로 끌어냈다는 것이다.
 

대학원생 웡 씨(27)는 “한국에선 23주 연속 시위를 한 끝에 대통령이 바뀌지 않았나. 우리도 그럴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중국의 백색 테러가 두려워 텔레그램 비밀채팅을 이용하면서도 강경한 목소리를 잊지 않았다. 어떤 정치적 이념보다도 강력한 먹고사는 문제가 이번 시위의 핵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홍콩 젊은이들의 외침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다. 
 

김예윤 국제부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