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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휘두르는 심리적 권력… 자신에게도 해롭다

작성자 : 관리자 / 날짜 :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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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의 인지행동 변화 분석

 

고위 임원이 특정 직원을 눈에 띄게 편애한다면? 특정 직원을 프로젝트 책임자로 지목해 회사의 미래가 그에게 달렸다고 말한다면? 

 

아마 명함에 찍힌 직함에 변화가 없더라도 그 직원은 조직 내에서 알게 모르게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심리적 권력(psychological power)’은 직함에 의해 생기는 ‘구조적 권력(structural power)’과 달리 본인 스스로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기는 주관적인 능력을 뜻한다. 학계의 기존 연구들은 주로 이런 심리적 권력이 권력을 갖지 못한 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주목했다. 

 

힘을 가진 자가 스스럼없이 권력을 갖지 못한 자를 괴롭히거나 본인의 영향력을 마음껏 행사하면서 우월감이나 안정감을 느낀다는 게 기본 전제였다. 그런데 최근 미국 메릴랜드대, 플로리다대 등의 연구원들이 직장인 108명을 대상으로 10일 동안 하루 세 번 설문을 진행한 결과, 권력자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심리적 권력이 권력을 가지지 못한 자뿐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의 욕구 충족과 목표 달성, 가정에서의 휴식까지도 방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리적 권력은 권력자의 인지행동에 두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먼저, 심리적 권력은 권력자가 다른 직원에게 소리를 치거나 조롱하는 등 비인격적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다. 권력을 가진 자가 남을 해하는 부정적 행동도 거리낌 없이 하도록 만든 것이다. 둘째, 심리적 권력은 권력자가 남들의 비시민행동(incivility)을 더 많이 알아채도록 만들었다. 타인으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기대치가 높아져 남이 별다른 의도 없이 행동한 일에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워진 것이다. 타인이 자신을 조롱했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더 커졌다.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비인격적 행동과 비시민행동은 권력자의 욕구 충족과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권력자의 비인격적 행동은 모욕감을 키우고 일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렸다. 또 권력자는 타인이 비시민행동을 했다고 느꼈을때, 자신이 타인을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벌어진 결과라 생각해 자신감에 상처를 입었고, 이는 궁극적으로 목표 달성에도 방해가 됐다. 마지막으로 권력자는 퇴근 후에도 편히 마음을 놓지 못했다. 계속 자신의 행동이 일으킬 부정적 파장에 대해 걱정하느라 발 뻗고 쉬지 못하는 것이다. 본인이 행한 비인격적 행동이 귀가 후 휴식의 효과도 떨어뜨린 셈이다.

 

 

이 같은 연구는 주변 상황으로 인해 힘을 얻게 된 상사가 부하들을 상대로 심리적 권력을 행사할 때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고, 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부하직원에 대한 피드백이 심리적 권력의 행사로 비치지 않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김유진 템플대 경영학과 교수 ykim@temple.edu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