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한땀한땀… 수제화에 인생 건 청춘남녀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1.10
성수동 청년창업공방 가보니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좋은 신발을 만드는 데 인생을 건 청년들이 있다. 남성 수제화 브랜드 ‘컴피슈즈’의 윤지훈 대표(36)와 여성 수제화 브랜드 ‘튜페이스’의 안소연 대표(27·여)다.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수제화 청년창업공방 3, 4호점에 나란히 자리 잡았다. 지난달 22일 이곳에서 두 사람을 만나 수제화 브랜드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창업공방
윤 대표는 영업맨 출신이다. 빨리 돈을 모으고 싶어서 일찌감치 영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격한 경쟁은 쉽게 사람을 지치게 했다. 잠시 일을 쉬는 동안 신발과 인연을 맺었다. 백화점 구두매장에서 일하던 친구를 도우면서 그는 많은 사람들이 발에 맞지 않는 신발 때문에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고객들에게 “성수동 수제화거리에 가면 발에 맞는 신발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지만 “거기 가도 내 발에 딱 맞춰주는 신발을 구하긴 쉽지 않더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그는 본인이 직접 고객의 발에 꼭 맞는 편한 수제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수제화 공장, 신발 회사 등을 돌며 어렵게 수제화 만드는 법을 공부했다. 2015년 9월 성동구에서 운영하는 수제화 제작 위탁교육을 받은 인연으로 지난해 성동구 청년창업공방 모집에 선정됐다. 브랜드 이름 ‘컴피슈즈’는 ‘comfy’(편안한)에서 따왔다.
안 대표는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한 뒤 패션회사, 패션전문지 기자로 일했다. 신발 디자인을 하겠다는 꿈을 품었지만 실현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일을 그만두고 한 제화회사에서 운영하는 슈즈디자이너 양성과정을 다닐 때도 창업은 먼 이야기 같았다. 2016년 7월에 참가한 ‘긱스온슈즈’ 대회는 꿈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이 주최한 이 대회에서 그가 속한 팀은 굽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수제화로 1등을 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지난해 2월 혼자 수제화 브랜드 ‘튜페이스’를 창업했다. 온라인 위주로 회사를 운영하다가 지난해 6월 청년창업공방을 통해 매장을 내게 됐다. 이곳에서 직접 고객과 만나 얻는 피드백은 그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 남다른 신발사랑이 창업 밑거름
두 사람의 공통점은 어릴 때부터 신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는 것. 안 대표는 학창시절에도 운동화를 별로 신지 않았다. 친구들이 유행하는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을 때도 단화를 고집했다. 어른이 되어 구두를 마음껏 신을 수 있게 된 뒤엔 15∼20cm 높이의 ‘킬힐’을 자주 신었다. 그는 “구두를 신고 걸을 때 또각또각 소리가 나는 게 너무 좋았다. 어른이 된 뒤 운동화를 신은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웃었다.
안 대표는 예쁜 구두를 사 모으는 게 취미였지만 발볼이 넓어 기성화를 신으면 불편했다.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수제화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경험을 반영해 안 대표는 예쁘지만 편안한 신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튜페이스’를 만들었다.
윤 대표도 신발을 좋아했다. 좋아하는 신발은 여러 켤레를 사두고 오래 신었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발견하면 사이즈가 맞지 않아도 사곤 했다. 수제화 브랜드 창업을 결심하면서 신발에 대한 그의 애정은 더욱 커졌다.
특히 그는 한 땀 한 땀 손으로 꿰매서 만드는 전통 수제화 기법에 매료됐다. 이탈리아나 일본에서는 이런 기술을 가진 장인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신발 한 켤레의 가격이 수백만 원에 이르지만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윤 대표는 일본에서 활동하던 수제화 장인을 만나 이 같은 전통기법을 배웠다. 윤 대표는 “한국은 전통기법으로 만든 고급 수제화가 설 자리가 없다.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꿈꾸는 청년 위한 창업 지원 늘었으면”
‘창업 동기’가 된 두 사람은 자주 신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돈독한 사이다. 현재 성수동 청년창업공방 1∼4호점에는 이들을 포함해 총 6명의 청년사장이 수제화를 만들고 있다. 대부분 성동구가 운영하는 수제화 교육과정을 거친 뒤 선발과정을 거쳐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안 대표는 “정보도 주고받고 서로의 제품에 대한 피드백도 해준다. 비슷한 또래에 같은 부문에서 창업한 공통분모가 있어서 서로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와 안 대표는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창업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그 기쁨에 비하면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청년들이 자신들처럼 꿈을 펼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나는 운이 좋아 청년창업공방을 통해 빨리 창업할 수 있었는데 같이 수제화 교육을 받았던 친구들이 무척 부러워한다”며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현실의 벽에 막혀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