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노인 돌보며 돈도 벌고 영어공부도 해요”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6.20
[청년드림]호주-일본-캐나다로 떠나는 청년들
지난해부터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일본 케어복지사 양성과정을 운영하는 가톨릭상지대의 학생들은 수료 후 일본 의료복지기업에 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왼쪽 사진). 호주, 캐나다 등 노인복지가 우수한 국가에 취업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가톨릭상지대 제공
황유진 씨(29·여)는 3년 반 동안 다니던 직장을 잠시 쉬고, 2017년 6월 호주 시드니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워킹홀리데이란 나라 간에 협정을 맺어 최대 1년간 젊은이들로 하여금 여행 중인 방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해주는 제도다. 매년 4만여 명이 22개국으로 떠나고 있다. 그중 호주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보통 바리스타나 셰프로 일하기도 하고 농장에서 일하기도 한다.
○노인 돌봄으로 돈도 벌고, 영어 공부까지
황 씨가 택한 일자리는 ‘지역 돌봄 노동자(community care workers)’다. 사회복지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호주와 캐나다는 국가 재정으로 노인을 위한 복지사를 파견한다.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 심장·허리 수술을 받아 생활에 불편을 겪는 환자에게도 등급에 따라 돌봄 노동자를 보낸다. 황 씨는 파견업체의 면접을 보고, 바로 일자리를 얻었다. 활달하고 진취적인 성격인 황 씨가 오기를 기다리는 노인들의 요청이 많아지면서 하루 3군데 정도 가정 방문을 하기도 했다. 워킹홀리데이로 온 청년들이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당 최대 20달러(약 1만6000원)를 받는 것과 달리 노인요양은 25달러 이상을 받는다.
황 씨는 “목욕 서비스, 집안 정리뿐 아니라 간병에 지친 보호자들이 잠시라도 쉴 수 있도록 돌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본래 간호사 면허증이 있었지만, 호주 자격증이 아닌 만큼 호주에서 인정을 받진 못했다. 그러나 황 씨는 “다문화 국가의 다양한 가정에 파견을 가면서 호주의 고령화 상황을 자세히 지켜볼 수 있었다. 10개월간의 경험이 한국으로 돌아와 중환자실 간호사로 경력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노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 하는 만큼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물론 시급이 다른 직종보다 높다는 이유로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우도 많다. 허주영(가명·27) 씨는 “괴팍한 노인들을 만나거나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듯한 표정을 볼 때 ‘타국까지 와서 내가 왜 이렇게 해야 하나’ 후회스러워 그만뒀다”고 말했다. 청소업무가 포함되어 있다보니 “바닥을 세 번씩 닦아라”라는 보호자들의 날 선 지적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국비보조 프로그램으로 자격증 취득 가능
자격증을 국내에서부터 준비해 현지 취업을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K-Move’ 사업의 하나인 ‘노인복지(Aged Care) 자격 취득’ 지원 프로그램은 연수기관인 해외교육진흥원, 가톨릭상지대 등을 통해 청년들이 현지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연간 25명 정도였던 교육생 규모는 호평에 힘입어 올해는 총 50명으로 늘어났다. 해외교육진흥원의 호주 ‘노인복지 양성과정’의 경우 어학교육 4주, 전공교육 13주, 실습 4주 등으로 모든 실습은 영어로 진행된다. 산업인력공단이 1인당 최대 800만 원가량을 지원한다.
간호학과, 사회복지학과의 경우 우대를 받지만 해당 전공이 아닌 학생들이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노인과 복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야 취업까지 잘 이어진다”고 조언한다.
지난해부터 일본 케어복지사 양성과정을 시작한 가톨릭상지대는 입학 초기부터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다. 백종욱 사회복지과 교수는 “일본은 사회복지나 고령화산업이 우리보다 10∼20년 앞선 만큼 그곳에서 경험을 쌓고 관련 분야에 계속 종사하려는 학생들이 많이 도전한다”고 말했다.